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 최대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한 주요 공항들이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활주로 내 위험 시설물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이후 정부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운항 성수기’를 이유로 안전 조치를 후순위로 미루는 등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1, 2활주로 인근 착륙대에는 항공기 충돌 시 동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철제 배전반이 설치돼 있다. 착륙대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 승객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정된 최후의 완충 구역이다.
공사 감사실은 이미 올해 상반기(1∼6월) 자체 감사를 통해 해당 시설의 위험성을 적시했다. 보고서는 “배전반이 ‘부러지기 쉽고 낮은 구조’로 되어 있지 않아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동체 손상 위험이 매우 크다”며 착륙대를 외곽으로 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문했다. 문제의 배전반은 가로 2.8m, 높이 2m 규모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이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1활주로의 배전반은 감사 지적 6개월이 지난 이날까지도 이설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공사 측은 6월 2활주로 배전반은 옮겼으나, 1활주로에 대해서는 아직 공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는 방학 등으로 항공 이용이 몰리는 성수기인 데다 눈 등 날씨 문제도 있어 공사에 적합하지 않다”며 “내년 3월에는 공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업 운항 수익과 행정 편의를 이유로 승객의 생명이 직결된 안전 규정 준수를 미룬 셈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고시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르면 공항 운영자는 항공기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착륙대 내에 설치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항행목적용 장비나 시설을 설치하더라도 가능한 한 부러지기 쉽고 낮게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무안 참사 당시에도 항공기가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충돌하며 피해가 커진 바 있다.
전남혁 forward@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