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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이중화 미비’가 피해 키웠다

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이중화 미비’가 피해 키웠다

Posted September. 29, 2025 07:36,   

Updated September. 29, 2025 07:36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로 주요 정부 전산 시스템이 멈추는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에서 온라인 민원 처리와 증명서 발급, 우편 및 예금·보험 등이 막히면서 시민들 불편이 이어졌다. 전체 전산망 복구에는 오랜 시일이 걸리는 만큼 29일 오전부터 각종 공공기관 민원 처리 및 금융서비스에 어려움을 겪는 ‘월요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재는 26일 오후 8시 15분 발생해 약 21시간 45분 만인 27일 오후 6시에 완전 진화됐다.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 전원장치(UPS) 리튬 배터리를 이전하던 중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다. 이 화재로 해당 전산실이 관할하는 647개 정부 전산 시스템 가운데 96개가 직접 피해를 입었다. 551개도 가열로 인한 손상 우려로 가동이 중단됐다.

사고 이틀이 지난 28일까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 24’와 국민신문고 등 주요 정부 부처 홈페이지는 먹통인 상황이다. 인터넷 우체국 우편·택배 서비스와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마저 중단되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현금 인출과 택배를 이용하려는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네이버·카카오 등 민간 플랫폼으로 대국민 공지를 전달하는 유례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는 통신·보안 인프라 복구가 진행됨에 따라 28일 오후부터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551개 시스템을 대상으로 순차적 재가동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2시 기준 대전 본원 전체 네트워크 장비는 50% 이상, 핵심 보안장비는 767대 중 763대(99%)가 정상 작동 중이다. 다만 직접 피해를 입은 96개 시스템은 데이터 복구부터 장비 교체, 안전성 검증까지 거쳐야 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정부 전산망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발생 시 다른 지역 센터에서 시스템을 이어받아 가동하는 ‘이중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3년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다중지역 동시 가동 체계를 구축 중이지만, 일부 시스템만 시범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요 정보관리 시설의 재난 대비 체계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해도 다른 지역에서 곧바로 이어받아 작동할 수 있는 이원화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