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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정 수용 안 하면 관세 25%”… 협상력 총동원해 국익 지킬 때

美 “협정 수용 안 하면 관세 25%”… 협상력 총동원해 국익 지킬 때

Posted September. 13, 2025 09:46,   

Updated September. 13, 2025 09:46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11일 “관세를 내든지, 아니면 합의를 받아들이든지 양자택일(black or white)”이라고 한국을 압박했다.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대미 투자펀드 이행계획이 담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7월 30일 양국이 합의한 상호·품목 관세율 15%를 4월 초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25%로 되돌려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합리성·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서명하지 않았다.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5500억 달러(764조 원) 대미투자 패키지에 합의한 것처럼 한국도 사인하란 요구다. 일본은 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대상과 액수를 지정하면 45일 안에 자금을 대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5대 5, 이후 미국 9대 일본 1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협상안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규모 등에 차이가 큰 만큼 일본과 같은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2배가 넘고, 외환보유액은 일본이 1조3242억 달러로 4163억 달러인 한국의 3.2배다. 미국 요구대로 트럼프 정부 임기 내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려면 한국은 외환보유액의 84%를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투자액이 외환보유액의 42%인 일본보다 훨씬 부담이 크다.

우리 기업들이 별도로 투자하기로 한 1500억 달러까지 추가되면 보유외환을 다 써도 부족하다. 기간을 늘려 잡고, 투자방식도 직접투자가 아닌 대출·보증 중심으로 바꾸지 못할 경우 ‘제2 외환위기’가 닥칠 거란 경고까지 나온다. 엔화를 찍어 빚을 갚을 수 있는 준(準) 기축통화국이자, ‘달러 마이너스통장’인 통화스와프를 미국과 맺은 일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은 대미 관세 때문에 우리 수출이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게 딜레마다. 지금은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분명히 전달해 한국을 ‘머니 머신’ 취급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한국 경제의 생존이 걸린 막바지 협상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돌이킬 수 없는 국익훼손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