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대상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 현지 공장으로 반입할 경우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부터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동맹국 기업에 한해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예외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에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조치로 수출이 아예 막히는 건 아니지만 장비 반입 때마다 건건이 허가를 받아야 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핵심 생산기지인 중국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각각 D램 반도체의 40%와 낸드플래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설비 업그레이드가 경쟁력인데, 장비 교체 시기에 미국 정부의 승인이 지연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자칫 미중 관계가 나빠지면 장비 반입이 차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제조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대중 규제는 갈수록 거칠고 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올 4월부터는 저사양 AI칩까지 수출을 통제했다가 중국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어 이번엔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경우 정부의 개별 승인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봉쇄에도 중국은 기술 자립 속도를 높이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광물 생산·수출을 통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부터 AI칩 설계, 반도체 장비 제작까지 국산화하는 것이 중국의 최종 목표인데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과 성능이 비슷한 딥시크를 개발하는 등 구체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자강(自强)’을 위해 내년 AI 반도체 생산량을 지금보다 3배로 늘린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중 수출 제재를 강화하는 건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의 반도체 자강을 앞당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조치가 120일 후부터 시행되는 만큼, 한미 정상회담 후속 실무협상에서 우리 기업들이 장비 반입 허가 조치의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대미 협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격해지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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