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새 정부 초대 총리로서의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김 총리는 취임 첫 일정으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에 반대하는 농민단체들을 만나는 등 산적한 민생 과제 대응에 속도를 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검토 중인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로 예산과 수사권 조정 등 권한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있어 총리 권한이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 이후 환담 자리에서 김 총리에게 “총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라며 “장관들이 임명되기 전이라도 차관들과 함께 급한 업무를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에도 내각 통할권을 통해 신속하게 부처를 장악해 국정 현안 대응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이에 김 총리는 “‘새벽 총리’가 돼 국정 운영의 체감 속도를 더 높이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 2인자’가 된 김 총리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과 공공기관 평가 권한을 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해 각 수사기관의 업무를 조정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김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뒤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 중인 농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송 장관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농민단체는 송 장관이 과거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농망법)이라고 발언한 것 등을 이유로 유임 철회를 요구 중이다. 김 총리는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식량 주권, 식량 안보, 농업 주권에 대한 인식이 강하고, 농정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강하다”며 “새 정부 농정 정책은 큰 틀에 있어선 우리가 함께 추진해 왔던 것들이 결국 될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송 장관의 유임 배경에 대해선 “새 정부에서도 지난 정부의 장관을 한 분 정도는 유임하는 것이 전체 국민통합이라는 흐름을 봐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송 장관이) 내란 과정에서 관여 정도가 덜한 거 아니냐, 이런 판단도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약 50분간의 면담에서 김 총리는 농민단체들이 요구해 온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며 농민들과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김 총리는 의장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총리 인준 표결에 대해 “어제 총리 인준 표결에도 (야당이 불참해)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반대 의사라도 표로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더욱 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 임명동의안은 전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179명, 찬성 173명, 반대 3명, 무효 3명으로 가결됐다.
권오혁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