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동안 한국 기업 10곳 중 4곳이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금 이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소비 위축이 계속되고, 미국발 관세전쟁 충격까지 덮친 올해는 사정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익을 못 내고 간신히 연명하는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떠받쳐도 성장률 제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비금융 기업 3만4000여 곳 중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곳의 비중은 작년보다 1.3%포인트 증가한 40.9%였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좀비기업’ 비중이 40%를 넘은 건 처음이다. 아예 적자를 내 이자보상비율이 0%인 기업도 28.3%에 이르렀다.
소비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 서비스업체, 부동산 경기악화의 영향을 받은 건설업체들의 상황이 특히 나빴다. 새 정부가 20조 원 이상 2차 추경을 편성해 돈을 푼다면 이들 기업의 수명은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회생이 불가능한 좀비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해 이들의 퇴출이 지연되면, 경쟁력 높은 기업들이 제때 필요한 지원이나 자금공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옥석을 가려내지 않으면 다 함께 망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 때문에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캠프도 글로벌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한 석유화학·철강 분야 기업들을 구조조정 하는 방안을 점검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진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때 이뤄진 구조조정으로 20여 년간 한국 경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인위적 산업구조 개편의 후폭풍을 의식한 역대 정부가 손을 떼 면서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지금은 ‘제2의 IMF 위기’라는 평가라 나올 정도로 경제가 중병이 든 상태다.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 제조업의 도전에 맞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등 선진국 정부는 직접 ‘당근과 채찍’을 들고 경제의 새 판을 짜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란 해묵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는, 새 정부가 출범해서 경제 청사진을 새로 짜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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