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은 전직 대통령이고요?”
1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에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재판장(부장판사)이 이렇게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와 같이 짙은 남색 정장 재킷에 붉은 와인색 넥타이를 매고 피고인 출입구로 법정에 들어왔다. 머리는 가르마를 반듯하게 탄 채 정돈돼 있었고 웃음기 없이 덤덤한 표정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변호인석으로 이동해 두 번째 줄에 윤갑근 변호사 등과 함께 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 당시 맨 앞줄에 앉은 바 있다. 맨 앞줄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의 멘토 김홍일 변호사 등 변호인단은 총 12명이 출석했다. 검찰 측은 이찬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을 필두로 수사 검사 등 12명이 자리를 채웠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입정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60도가량 숙이고 인사했다. 재판부가 ‘피고인 출석하셨나’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주거지가 어떻게 됩니까?”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OOO호입니다.”
“등록기준지는 성북구 보문동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은 수차례 마이크를 잡고 스스로를 변론했다. 오전 재판에선 직접 준비해온 서류를 펼친 뒤 40분 간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어떻게 내란죄가 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조서를 모자이크처럼 붙인 것 같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발언을 강조하고 싶을 때는 양손을 세우고 위아래로 흔들었고, 검찰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 진상규명에 방해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발언 마치고 나서는 목이 마른 듯 생수병을 들이킨 후 입을 수차례 헹구기도 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