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양군은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해 미얀마 난민 40여 명을 올해 내로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내 폐교 부지 등에 정착시설을 짓기로 했다. 영양군이 기피시설로 여겨지던 난민정착시설을 유치하기로 한 이유는 내륙을 통틀어 가장 적은 인구 때문이다. 영양군 인구는 1만5328명(2024년 기준)으로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 중 섬을 제외하고 가장 적다. 군 관계자는 “40명이라도 인구 유입은 유입”이라며 “향후 결과를 보고 수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구절벽 위기에 몰린 지자체들이 과거 설치를 꺼리던 기피시설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수익성 있는 시설이 들어오기 어렵고 기존 시설마저 공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피시설을 유치해 생활인구가 늘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체류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영양군은 “난민 재정착 시범사업을 추진해 미얀마 난민 40여 명을 정착시키고 주거와 교육, 일자리 등까지 지원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미얀마에서는 2021년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면서 정치적 불안과 내전이 장기화해 난민 수백만 명이 발생했다. 난민 대부분이 인접 국가로 피했으나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에 유엔난민기구가 타 국가로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돕고 있다.
영양군 외에 다른 인구감소 지역에서도 교도소, 화장장, 폐기물 소각장 등 각종 기피시설 유치에 나섰다. 경북 청송군은 여자교도소 설치를 위해 법무부를 설득 중이다. 기피시설 유치 시 지원금과 주민 편의시설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면서 지역들 간에 유치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구 도심 내 군부대 이전 사업에는 경북 영천시와 상주시, 대구 군위군이 뛰어들었고, 경남 거창군에선 화장장 유치를 위해 9개 마을이 경쟁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설을 갈등 없이 짓고, 지자체도 인구 증가와 각종 인센티브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신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유치 전 주민들의 합의를 충분히 도출해야 하고 시설이 지어진 후에도 지속적으로 주민과 시설 관련 반응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혜택을 입는다고 느끼게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정부도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조율 과정에 참여하거나 기피시설 관련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