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논의에 30개국 이상이 참여한다.”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국가들의 군 고위급 회담에 대해 프랑스군 관계자는 AP통신에 이같이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은 물론 한국, 일본, 호주 등 역외 국가들과도 미국의 러시아 밀착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 프랑스, 영국이 주도한 이번 회의에선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 평화유지군 창설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됐다. 러시아의 침략 위험에 맞서 유럽의 자강(自强) 노력이 심화되는 가운데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은 자국에서 징병제 부활 논의를 점화시키며 재무장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 휴전 뒤 러 재공격 대비할 무기 비축도 논의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군 관계자는 파리에서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30여 개국 군 고위급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종전 후 평화유지군 창설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파리의 국방군사학교가 주최하는 사흘간의 ‘파리 국방 및 전략 포럼’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대부분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나토 소속은 아니지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키프로스, 오스트리아 군 참모총장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의 중심인 우크라이나와 더불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원격으로 회의 내용을 청취했다.
회의에선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보를 보장할 영국·프랑스의 ‘의지의 연합’ 청사진이 각국 참석자들에게 제시됐다. 핵심 안건은 종전 협상이 타결되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의 평화를 지킬 평화유지군이었다. 평화유지군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이후 러시아의 다른 대규모 공세를 억제하는 게 목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휴전이 깨질 때 우크라이나에 몇 시간 또는 며칠 내 급히 투입될 중화기, 무기 비축량 등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이 “덴마크도 평화유지군 참여에 원칙적으로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앞서 호주, 아일랜드, 튀르키예 등이 평화유지 임무 참여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 佛 외무, 전국 순회 ‘재무장 설명회’ 개최
유럽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징병제 부활을 논의하며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핵우산론을 들고나온 프랑스에선 장노엘 바로 외교장관이 10일부터 재무장 필요성을 설득하는 대국민 설명회를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 프랑스앵포가 보도했다. 그는 이날 전국 순회 첫 지역으로 낭트를 찾아 지방 공무원, 고등학생들과 회의를 열고 안보의 심각성과 재무장 필요성을 설명했다. 프랑스에선 징병제 부활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 싱크탱크 데스탱 코뮌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국민의 61%가 군 복무 재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징병제를 당장 부활시키는 대신 5월까지 자원자들이 군대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에 요청했다.
지난달 23일 총선을 치른 뒤 미국으로부터 안보 독립을 검토 중인 독일에서도 징병제 논의를 공식화하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승리한 보수 성향의 기민당(CDU)과 연대한 기사당(CSU)의 플로리안 한 의원은 11일 독일 일간지 빌트 기고문에서 “2011년 이후 발효된 독일의 병역 폐지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며 징병제 논의를 촉발시켰다. 독일 정치 거물로 평가되는 요슈카 피셔 전 외교장관도 슈테른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최초 징집병은 2025년에 막사 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벨기에와 영국에서도 징병제 부활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통상 대응 카드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미국의 고관세 부과에 맞서 EU가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 공급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0일 전했다. 그동안 미국은 항생제, 방사성의약품, 심장박동 조절기 등을 주로 EU 국가들로부터 수입해 왔다.
조은아 achi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