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닮은 로봇이 작업장 선반에서 엔진 커버를 꺼내 들고 고개를 돌려 걷기 시작한다. 로봇은 손에 쥔 엔진 커버를 맞은편 이동식 보관함에 정확하게 꽂아 넣는다. 땅에 떨어진 엔진 커버를 쭈그려 앉은 채로 들어올리기도 한다. 이 로봇은 부품을 든 채로 장애물 위를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공중제비를 도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5일(현지 시간) 이 같은 로봇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의 인공지능(AI) 학습 과정 영상을 공개했다.
실제로 이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 대신 힘들고 위험한 제조업 현장 업무를 수행할 날이 머지않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말에 현대차그룹 생산 거점에 아틀라스를 시범 투입할 계획으로 적합한 국내외 사업장을 검토 중이다. 아틀라스가 담당할 부품 운반 작업은 다양한 부품의 유형을 구별하고 무게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연구진은 아틀라스가 카메라 센서와 AI 솔루션에 기반해 부품의 모양과 위치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로봇은 부품 운반과 같이 반복적이고 고된 작업을 24시간 쉼 없이 수행할 수 있다. ‘휴먼 에러’(사람에 의한 실수)를 방지해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로봇이 제조업 공정에 적용될 경우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R&D)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 BMW는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와 손잡고 지난해 7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를 미국 스파튼버그 공장에 적용했다. 피규어02는 부품 운반과 섀시 조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피규어AI는 이 로봇이 하루에 1000건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으며, 로봇 투입 전에 비해 작업 속도는 4배, 작업 신뢰도는 7배 향상됐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5월 자체 개발한 2세대 ‘옵티머스’ 2대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 시범 투입했다. 현재 배터리 분류·이송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는 이 로봇은 AI 기반 비전 시스템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물체의 색도 구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국의 정부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점찍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로봇 제조 기업에 보조금과 세금 인센티브의 혜택을 주는 한편 민관 연구 협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 초 중국중앙(CC)TV 춘제 갈라쇼에서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H1’ 16대가 인간 무용수들과 선보인 ‘칼군무’는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종호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