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영화 ‘위키드’에서 주인공 초록 마녀 ‘엘파바’를 연기한 영국의 흑인 여성 배우 신시아 이리보가 8월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주인공 예수 역할을 맡았다고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 등이 19일 전했다. ‘흑인 여성 예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미 공연계에서도 반(反)‘DEI(다양성·공정성·포용성)’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수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DEI가 “능력주의를 훼손한다”며 연방정부 내 DEI 정책을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예수의 생애 마지막 일주일을 다룬 이 뮤지컬은 각각 유명 작곡가와 작사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공동 제작했다. 197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아직도 수많은 팬을 모으고 있다.
흑인 여성이 이 뮤지컬의 주인공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중동계 백인 남성이라는 예수의 실상을 왜곡했다”란 주장과 “백인 남성만 예수 역을 맡아야 하느냐”는 반론이 맞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X에 “다른 종교에 이런 짓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며 흑인 여성 예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과거 백인이 했던 역할을 비(非)백인이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디즈니가 곧 개봉할 ‘백설공주’의 실사 영화 주인공은 어머니가 콜롬비아 출신인 라틴계 여성 레이철 제글러다. 2023년 실사 영화로 개봉한 디즈니의 ‘인어공주’ 주인공 역시 흑인 여성 핼리 베일리였다. 두 작품 모두 원작 캐릭터의 이미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배우를 발탁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적잖은 논란을 초래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