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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무연고 벼락 공천’… 후보들은 부랴부랴 ‘공약 과외’

與野 ‘무연고 벼락 공천’… 후보들은 부랴부랴 ‘공약 과외’

Posted March. 07, 2024 08:42,   

Updated March. 07, 202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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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4·10 총선 공천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해당 지역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데도 벼락 공천을 받는 ‘무연고 공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서초을이 지역구인 재선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 경쟁에서 밀려 경기 부천에 배치됐다. 공천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던 서울 양천을 3선 출신 김용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고양정 후보가 됐다. 강원도에서 국회의원으로 3번, 도지사로 1번 당선됐던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은 종로 출마를 준비해 오다 다른 후보에 밀려 경기 분당갑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광명을 후보로 2번 당선됐다가 4년 전에는 국민의힘 후보로 부산에 출마했던 이언주 전 의원은 민주당으로 돌아와 경기 용인정 당내 경선에 참여 중이다.

정당들은 선거 전략상 불가피하다고 해명하지만 총선 1개월 전 돌려막기 공천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크게 제약하는 일이다. 내 지역, 내 삶에 4년간 영향을 미칠 국회의원 후보자가 우리 지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할 틈도 없이 선택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정당들이 총선 득표와 공천 불발에 따른 당내 갈등차단에만 신경쓰는 듯하다. 유권자의 관점에서 골라 뽑을 권리를 빼앗은 것이란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들도 낙천보다는 낫다는 쪽이겠지만,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골목도, 지역도, 사람도 낯선 곳을 1달 동안 벼락치기 공부하듯 익혀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지역 주민들과 오랜 교감 끝에 만들어 낸 맞춤형 공약은 상상하기 힘들다. 시의원 구의원에게 속성 과외를 받으며 그들의 과거 공약을 재탕 삼탕 내놓게 된다. “지역살림을 책임지겠다”는 이들의 다짐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몇몇 후보자들이 “내가 느끼기에도 말이 안된다”고 말할 정도로 어이없고 심각한 상황이다.

총선 이후까지 떠올리면 이런 식의 돌려막기 공천은 정치 자체를 뒷걸음치게 만든다. 1개월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하던 곳에 떠밀려 공천되는데, 그들은 총선 이후까지 그곳에 남아 정치를 계속할까. 이런 식이면 4년 뒤에 또다시 누군가 그 지역에 전략공천과 험지 출마라는 이름으로 날아들 수 있다. 무엇보다 무연고 벼락공천은 지역유권자가 던지는 표의 값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지역 기반의 대표를 뽑아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제도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