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한 지 보름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에는 육군본부 B-2벙커를 지키던 조민범 병장이 반란군의 “비키라”는 말을 따르지 않다가 총격을 당해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조 병장의 실제 주인공은 당시 조선대 재학 중 입대한 고 정선엽 씨(사망 당시 23세·사진)다.
최근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정 씨의 모교인 조선대는 정 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조선대 관계자는 “반란군을 막다가 희생한 정 병장의 참된 군인 정신을 기리고자 내년 2월 졸업식 때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조선대 전자공학과 77학번인 정 병장은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국방부 제50헌병중대에서 근무하다가 제대를 3개월 앞둔 1979년 12월 13일 새벽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연결하는 지하벙커에서 사망했다.
정 병장은 과거에는 ‘순직’으로 기록돼 있었지만 지난해 국방부 산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전사자’로 결정됐다. 조사 결과 13일 오전 1시 40분경 국방부를 점령한 1공수여단 부대원들이 정 병장의 소총을 빼앗으려 하자 정 병장은 “중대장 지시 없이는 줄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 병장은 공수부대원이 목과 가슴에 쏜 4발의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