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사실상 공식화하고 포탄이 이미 러시아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황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등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돼 북한 무기의 러시아 반입 증거가 명확해 질 경우 정부가 원칙을 전격 수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주변 세력이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해서 하루 이틀 사이에 한국 입장이 돌변한다는 것도 정상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전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게 뭔지 관찰한 다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 정부가 올해 3월 군수품 대여 계약을 통해 미국에 보낸 155mm 포탄 50만 발 안팎은 미국을 거쳐 상당수가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우리가 포탄을 대여하며 최종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이 이 탄을 알아서 사용하라고 눈감아 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에 빌려준 탄이 1970년대부터 한반도에 들여온 한반도 전쟁예비물자(WRSA-K)로 낡아빠진 탄이었는데 미국이 이 탄을 우크라이나로 보내겠느냐 아니면 새로 만든 비싼 탄을 보내겠느냐”고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엔 노후화된 탄을 간접 지원했고, 이마저도 지원이 마무리된 만큼 이번엔 미국 등 서방국가 진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러간 무기 거래가 현실화되면 (미국 등 서방은) 그동안 러시아를 자극하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회 지원하던 한국에 무기를 직접 지원해 달라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미 싱크탱크 CSIS도 보고서에서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주력했지만 앞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이 한국에 살상무기를 비롯해 더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직접 지원한다고 해서 우리도 직접 지원으로 맞대응 하면 북한과 똑같은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 직접 지원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재의 판단”이라며 “북한의 포탄 지원에 대한 더 많은 증거가 나올 때까지 제재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정부 판단”이라고 전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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