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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국 감청’ 기밀문서 100여건 유출

美 ‘동맹국 감청’ 기밀문서 100여건 유출

Posted April. 10, 2023 08:35,   

Updated April. 10, 20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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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등 동맹국들 동향을 감청해온 정황이 담긴 기밀문건이 유출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무기 지원을 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 내 논의를 감청하는 등 동맹국 정보를 무단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문건에 담겼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해 ‘동맹 결속’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동맹국 감청이 사실로 확인되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관이 생산한 기밀문서 100여 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군 무기 기밀 정보와 러시아의 작전 계획 등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첩보와 함께, 동맹국 동향이 담긴 중앙정보국(CIA) 일일정보보고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중 최소 2건의 문건에는 미국 측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발언을 감청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중 한 문건에는 당국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박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NYT는 “(해당 문건은) 이 정보가 전화와 메시지 등 통신 감청을 뜻하는 신호정보(시긴트·SIGINT)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문건은 신호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고,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폴란드에 탄약을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문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지도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개편 반대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 등 미국 동맹국의 민감한 첩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북한의 핵 개발 최신 정보와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 결과, 중국의 주요 군사기지 정보가 담긴 문건도 유출됐다.

미 국방부는 7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문건은 국방부 장관 등 미군 지도부에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미국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대해서도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로 외교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