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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나의 기억을 몸짓만으로…

Posted April. 05, 2022 08:38,   

Updated April. 05, 20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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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극이 있다. 대사는 거의 없다. 마임과 춤을 통해 서사를 전달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14일 개막하는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The Nature of Forgetting·사진) 이야기다.

 우란문화재단에서 1일 만난 영국 극단 시어터 리(Theatre Re) 소속 기욤 피지 연출가는 “대사에 의존하기보다는 신체를 움직여 땀을 내어 관객과 소통하는 생생한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피지컬 시어터’라고도 불리는 ‘네이처…’는 배우들의 몸짓만큼이나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올린 키보드 드럼의 소리에 사운드 샘플러, 페달과 같은 전자음악까지 더했다. 알렉스 저드 음악감독은 “2명의 연주자가 모든 악기를 활용해 라이브로 연주한다”며 “대사의 빈 자리를 음악이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조기 치매에 걸린 55세 남성의 머릿속 기억을 통해 사랑과 우정, 만남과 이별, 생명과 죽음의 과정을 보여준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후 마지막까지 남게 될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낸다. 피지 연출가는 “인간의 뇌는 여러 요소들이 퍼즐처럼 합쳐지고 해체되는 방식으로 기억한다고 한다”며 “기억과 망각이라는 추상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안무와 음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4명의 배우와 2명의 연주자가 펼치는 몸짓의 향연은 공연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변주된다. 피지 연출가는 “최소한의 대사가 주어지는 만큼 배우들이 가진 상상력이 커지면서 내면이 미묘하게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4∼30일, 전석 4만 원.


이지훈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