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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硏, 靑에 제공하던 ‘北비핵화지수’ 남북 경색되자 산출 중단

국방硏, 靑에 제공하던 ‘北비핵화지수’ 남북 경색되자 산출 중단

Posted August. 20, 2021 08:39,   

Updated August. 20, 20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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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18년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정부 고위당국자들에게 제공해온 북한 비핵화 지수를 지난해 12월부터 산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은 국방부와 KIDA가 남북 관계 훈풍이 불던 시기 정부 입맛에 맞게 지수를 도입했다가 남북,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수치가 반 토막 나자 산출을 중단했다고 비판했다.

 19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KIDA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2018년 7월부터 ‘비핵화, 평화체제 이행 여건을 포함한 안보환경 평가지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비핵화 지수는 매달 KIDA 교수들과 외부 전문가 30명이 북한의 대남 정책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대북 정책 등 4가지 안보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 점수를 종합한 수치다. 지수를 처음 내기 시작한 2018년 7월 한반도 정세를 50점으로 설정해 이후 비핵화 여건에 따라 점수가 높아졌다 낮아지는 방식이다. 

 비핵화 지수는 ‘국방 현안 보고서’라 불리는 자료에 포함됐다. 이 자료는 비공개로 작성돼 매달 한두 차례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각 군의 고위 정책결정자들과 주요 부서 과장급 이상 당국자에게만 제공돼 왔다. 전문가들이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당국자들에게 제공하는 정책 제언도 담겼다.

 하지만 비핵화 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돌연 집계가 중단됐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6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34.9점) 이후 지수의 하락폭이 가팔라지던 시점이다. 지수는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완만하게 상승하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2월 18일 60.6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노이 노딜’ 이후엔 소폭 상승, 하락을 반복했다.

 이후 매달 비핵화 지수가 30점대를 기록해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 시점에 비해 지수가 절반 떨어진 상황이 이어진 것. 특히 지난해 9월 북한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피격된 사건이 공개된 이후 집계된 10월 21일 수치는 34.3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 관계 및 미중 갈등 등 국제 정세를 고려해 지수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평가를 중단한 것 아니냐”면서 “KIDA가 정부 고위정책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KIDA는 한 의원 측에 “소수의 고위 의사결정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수를 산출했다”면서 “수치화에 오해의 소지가 있고 연구의 신뢰성이 불충분하다는 판단하에 중단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KIDA 스스로 2년 넘게 정부 고위당국자들에게 근거가 불확실한 정보가 제공됐다는 점을 자인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