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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살겠다” 공산국가 쿠바서 27년만에 반정부 시위

“못 살겠다” 공산국가 쿠바서 27년만에 반정부 시위

Posted July. 13, 2021 07:58,   

Updated July. 13, 202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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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국가 쿠바에서 1994년 이후 27년 만에 이례적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고질적인 경제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창궐하자 민심이 폭발했다. 27년 전 시위는 시민들이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정권의 반대파 탄압과 해외 이주 금지에 항거하며 벌어졌지만 이번 시위는 생필품 부족과 악화된 방역 상황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산티아고, 산타클라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독재 타도” “자유를 달라”라고 외쳤다. 소셜미디어에도 ‘자유쿠바 만세’ ‘SOS쿠바’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넘쳐났다. 시위 동영상이 퍼지면서 다른 지역의 시위까지 촉발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한 여성이 “아이들이 굶어죽고 있다”고 절규하는 영상도 등장했다. 일부는 경찰차를 뒤집었다. 당국 또한 곤봉, 후추 스프레이 등을 든 경찰을 곳곳에 배치해 양측의 긴장이 한껏 고조됐다.

 시위대는 잦은 정전, 의약품과 식량 부족 등을 규탄했다. 이날 아바나에서는 6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했다. 방역 상황도 좋지 않다. 쿠바는 풍부한 의료 인력과 엄격한 통제 덕분에 코로나19 초기에는 비교적 잘 대처했지만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6000∼7000명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2일 기준 누적 확진자 또한 약 24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이 급감한 것도 고질적 경제난을 부추기고 있다.

 쿠바 정부는 ‘이게 다 미국 탓’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카스트로가 집권한 1959년부터 미국이 강도 높은 봉쇄를 실시한 탓에 경제난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관계 개선 시도가 일부 있었지만 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를 강화하고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국영TV로 긴급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쿠바인은 미 정부가 현 상황의 주요 책임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구도 상황을 조작할 수 없도록 전투 명령을 내렸다”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할 뜻을 밝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