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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아이들 언어발달 퇴보

Posted May. 25, 2021 08:24,   

Updated May. 25, 20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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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아이들 언어 발달이 너무 느려서 교사들이 투명 마스크를 찾아 써야 할지 고민이에요….”

 충북 청주시 어린이집 이모 원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네 살짜리 원아들이 ‘이거’, ‘인형’, ‘할머니’와 같이 단어로만 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원래 세 살쯤 되면 두 단어를 이어서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모습은 어린이집 운영 21년 만에 처음 보는 일”이라며 “아이들이 말을 배우려면 입 모양을 봐야 하는데 1년 넘게 교사들 눈만 보고 있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경기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은 10명 중 7명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동 발달에 악영향을 줬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도 68.1%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녀의 발달 폐해를 느끼고 있었다.

 24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7일부터 6일간 서울 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학부모 1451명을 설문조사(복수응답)했다. 그 결과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의 71.6%가 코로나19가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신체활동 기회 감소(77.0%)였다. 활동 자체가 줄다보니 대근육, 소근육이 제대로 발달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 때문에 언어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74.9%)는 응답과 함께 과도한 실내생활로 인해 스트레스 및 공격적 행동이 늘었다(63.75%)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유치원 교사는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친구가 쌓아놓은 블록을 무너뜨리거나 울면서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늘었다”며 “보통 네다섯 살이 되면 대화로 해결하는 법을 아는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회성이 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낯가림이나 또래 관계에서의 문제 발생이 증가했다’(55%)는 응답도 절반 이상이었다.

 학부모들 역시 전반적으로 교사들과 비슷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부모들은 교사들과 달리 ‘미디어 노출 시간 증가’(83.5%)를 코로나19의 가장 큰 악영향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아이들의 발달에 총체적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민수 전 광주교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언어를 배운다”며 “‘비대면 사회’가 언어 발달에 영향을 미쳤고, 이러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공격적 행동 등 사회성까지 타격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소정기자 sojee@donga.com · 이지윤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