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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재미

Posted March. 08, 2021 08:13,   

Updated March. 08, 202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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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병원에 온 이상, 이런 멍청한 짓은 용납할 수 없어.”―한산이가,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중

 오랜 시간을 웹소설 편집자로 보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회사원 중 한 명으로 살고 있다. 당연히 이직도 몇 번 감행했다.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지겨웠을 수도 있고, 스스로 쇄신하지 못하니 환경을 통째로 바꾸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회사를 옮긴 뒤, 운명처럼 한 작품을 만났다. 수많은 미팅과 수없이 주고받는 메일 속에서 탄생한 이 소설은 벌써 3년째 연재 중이다. 출중한 능력과 패기, 카리스마까지 있다. 이름은 백강혁, 외과의다. 그것도 중증외상을 전문으로 하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환자들을 살리고 병원 내 정치도 해야 한다. 그리고 ‘중증외상센터’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나를 대입해 본다. 웹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편집자인 나는 글자의 홍수 속에 살아가며 작가 관리는 물론이고 ‘시리즈’라는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동료들과 협력과 갈등을 반복한다. 그리고 웹소설이라는 콘텐츠를 주류로 만들고 싶다.

  ‘그가 하는 것을, 난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내가 쉽게 해낸 것을, 그는 풀어내지 못하기도 한다.’ 온전히 나를 대입해 위 두 문장을 수없이 머릿속에 넣고 굴린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좋았던 문장을 내 방식대로 바꿔 본다. “내가 이 회사에 온 이상, 이런 멍청한 짓은 용납할 수 없어.”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문장을 떠올리며 킥킥댄다. 이직했을 때의 내 마음이 이랬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이는 하루를 이겨내는 큰 선물이다. 입가를 삐죽 올리며 슬며시 웃다가 다시 메일함을 연다. 작가들이 보낸 메일이 한 무더기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완전한 재미’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