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韓직원 ‘임금 선지급’ 합의 가닥

　한미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지급 방안에 조만간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정부는 일단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일정 비율로 분담해 선(先)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는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11차 방위비 협상과 무관하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사실상의 선지급 개념으로 인건비에 대한 한미 간 논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미 당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 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일정 부분 미국이 분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건비 방위비 협상 장기화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11차 SMA 협상이 올해 4월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에 이어 다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가 무급휴직 상태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은 지난해 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실무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15개월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9000여 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가 지난해 4월부터 무급휴직 상태에 처하자 한미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2억 달러(2000여억 원)를 선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일단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모두 부담한 뒤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 측이 이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방위비에서 지출된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는 3710억 원(39%)이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안의 연초 타결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당국이 주한미군 인건비 선지급 방안을 우선 논의해온 건 올 4월 이전 방위비 분담금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것. 당초 정부 내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하면 방위비 협상이 조기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에도 당분간 방위비 줄다리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일각에선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도나 웰턴 미측 협상대표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교체될 경우 이 또한 협상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