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너무 고생 많았던 소집.”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을 마치고 소속팀 라이프치히(독일)로 복귀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황희찬(24)은 18일(한국 시간)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출국 72시간 전에 해당하는 16일 실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 베를린에 도착해 라이프치히행 기차를 타려던 황희찬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자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17일 카타르전을 마친 뒤 대표팀 선수가 소속된 몇몇 유럽 팀과 아시아축구연맹의 요청으로 협회가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결국 황희찬은 소속팀이 마련한 방역 차량을 타고 라이프치히로 이동해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평가전은 끝났지만 대표팀의 코로나19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황희찬과 스태프 1명이 추가 감염되면서 평가전 관련 확진자 수는 선수 7명, 스태프 3명이 됐다. 황희찬은 카타르전에 선발로 나서 76분을 뛴 데다 득점에 성공한 뒤 손흥민(28·토트넘) 등 동료들을 끌어안고 세리머니를 했다.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트넘이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간 손흥민은 카타르전 이후 실시된 협회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에서 이뤄진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규정에 따라 손흥민은 영국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번 사태로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는 K리그 팀들은 심각한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전북과 FC서울은 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카타르에 합류시키지 않고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북은 손준호와 이주용이, 서울은 주세종과 윤종규의 ACL 출전이 불발됐다. 울산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골키퍼 조현우가 오스트리아 숙소에서 격리 중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추진 중인 한국행 전세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는 인스타그램에 창문 너머 숙소 밖 풍경 사진과 함께 “무사히 한국으로 갈 수 있기를”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