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떠나고 싶다.”
세계 최고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33)가 유소년 시절인 13세 때부터 20년간 몸담아 온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바르사)에 이별을 통보했다. 메시는 2004년 바르사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한 팀에서만 뛰어온 ‘원 클럽 맨’으로 바르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메시는 26일 구단에 즉시 이적을 요구하는 팩스를 보냈다고 영국 BBC 등이 전했다. 메시는 주제프 바르토메우 회장(57)을 비롯해 구단 수뇌부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 구단이 선수들을 조종하기 위해 사생활을 감시하고 압박해 왔다는 것이 메시의 주장이다. 바르사가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2-8 대패를 당하는 등 침체된 팀 분위기 이면에는 구단과 메시를 비롯한 선수단의 갈등이 있었다. 바르사는 최근 로날트 쿠만 감독(57)을 새로 선임하는 등 팀 분위기를 바꾸려 했으나 메시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메시는 바르사와 2021년까지 계약돼 있지만 시즌이 끝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메시는 공개된 팩스에서 “계약 조항에 따라 해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르사에 따르면 메시가 팀을 떠나려면 시즌이 끝난 뒤 일정기간 내에 통보를 해야 한다는 세부조항이 있다. 올해 ‘작별 통보 마감 시한’은 6월 10일이었다. 바르사는 마감 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메시의 이번 이적 요청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메시 측은 올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8월 중순까지 연기됐으므로 유럽축구시즌 종료 시점도 연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별 통보 마감 시한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BBC는 결국 양측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는 장기 소송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시 주장대로라면 조건 없이 떠날 수 있지만 바르사의 주장이 맞는다면 메시를 데려가려는 팀은 바이아웃 금액(최소 이적료)을 지불해야 한다. 바르사가 정한 메시의 바이아웃 금액은 7억 유로(약 9819억 원)에 달한다. 2017년 네이마르(28)가 바르사에서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옮길 때 기록했던 축구 사상 최대 이적료 2억2200만 유로(약 3086억 원)의 약 3배다. 코로나19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구단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메시를 억지로 붙잡아도 팀과 화해하기는 쉽지 않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메시가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바르사가 차라리 메시를 팔아 그 돈으로 새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바르사가 메시를 팔겠다고 결심하면 기존 바이아웃 액수를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메시가 이적할 수 있는 구단으로는 재력이 충분한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와 프랑스 PSG, 이탈리아 인터밀란 등이 꼽힌다.
한편 메시 관련 소식을 들은 바르사 팬들은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안방구장 캄 노우 앞으로 몰려와 수뇌부 퇴진 요구 시위를 벌였다.
이원홍 bluesk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