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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무증상자’ 간과한 러시아, 유럽 최다 감염국 코앞

‘젊은 무증상자’ 간과한 러시아, 유럽 최다 감염국 코앞

Posted May. 13, 2020 07:29,   

Updated May. 13, 2020 07: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던 러시아에서 환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면서 세계 4위의 감염자 보유국이 됐다. 젊은 무증상자의 2차 전파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정부가 초기 방역의 성과에 자만하다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2만1344명으로 미국 스페인 영국 다음으로 많다. 11일 하루에만 1만165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스페인과 영국은 환자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어서 이번 주 안에 러시아가 세계 2위 감염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러시아는 1억4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9위의 인구 대국이다.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일찌감치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고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던 3월 30일 러시아의 확진자는 1836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초반에는 코로나19를 억제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확산세가 빨라졌고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었다. 이달 3일부터는 신규 확진자가 하루 1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뒤늦은 확산의 원인으로 젊은 무증상자의 2차 전파가 꼽힌다. 러시아 코로나대책본부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45%가 무증상 환자였다. 또 전체 환자의 약 60%가 45세 이하였다. 타스통신 등은 서유럽에서 3월부터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자 이를 피해 귀국한 러시아인들이 2차 감염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부터 하루 10만 건의 검사를 단행한 것도 확진자 통계 증가의 한 원인이다.

 또 BBC는 러시아 정부의 자만심이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감을 누그러뜨렸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월 22일 이탈리아에 러시아 의료진을 파견하며 여유를 부렸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곧 바이러스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부터 이미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러시아 내 폐렴 환자가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한 7000여 명에 달했다. 이중 상당수가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급증한 확진자에 비해 매우 적은 사망자 통계에 대한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009명에 불과해 치명률은 0.91%에 그쳤다. 영국(14.4%), 이탈리아(13.98%) 등 서유럽 주요국의 치명률이 10%대를 훌쩍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4월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망자는 지난 5년 평균보다 2073명 많았다. 같은 기간 수도 모스크바의 사망자 역시 평균보다 1700명 증가했다. 이들이 코로나19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산하 국가경제행정 아카데미(RANEPA) 타티아나 미카일로바 선임연구원은 “사망자가 공식 집계치보다 3배 이상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푸틴 정권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12일부터 봉쇄 완화를 단행하기로 했다.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트위터에 “확진자 증가 신기록을 세운 날 격리조치를 끝내기로 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