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10년째 빠짐없이 일찾아 한일교류 교육봉사

10년째 빠짐없이 일찾아 한일교류 교육봉사

Posted July. 29, 2019 10:31,   

Updated July. 29, 2019 10:31

日本語

 “초성 ‘ㄱ’, ‘ㄴ’으로 이뤄진 단어를 가장 많이 만든 팀이 이기는 거예요!”

 23일 오전 일본 교토(京都)의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학교에서 초등학생 12명이 6명씩 2개 조로 나뉘어 한국어 초성 게임을 시작했다. 재일동포, 일본인 재학생 모두 더 많은 한국어 단어를 생각하기 위해 고민했다. ‘가난’ 등 평범한 단어부터 ‘고뇌’ 등 어려운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날 학생들은 멘토링 교사로부터 ‘구닌(군인)’이 왜 틀린 단어인지 설명을 들었다. 교사들은 모두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이었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이후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10년째 빠짐없이 일본 교육 봉사활동을 가는 단체의 활동에 눈길이 쏠린다. 한국의 교육기부 단체인 ‘국인(국가적 인재, 국제적 인재)’은 2009년 이후 대학생 약 60명을 일본 내 한국학교에 매년 파견해 왔다. 올해는 활동 10주년을 맞아 1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80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일본 오사카(大坂)의 건국학교·금강학교, 교토의 교토국제학교 등을 찾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

 취재진이 찾은 수업 현장은 최근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밝고 열정적이었다. 담당 교사로 나선 고려대 역사교육과 1학년 신유나 씨(19·여)는 “24일 일본 오사카 금강학교에서 삼국시대의 칠지도(七支刀)를 설명해주며 백제와 일본의 친밀했던 역사를 소개했다. 종이로 칠지도 모양을 만들던 한 일본 학생은 ‘한국과 일본은 친구’라는 일본어를 쓴 뒤, 그 옆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함께 그려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각 학교에서는 △떡볶이 만들기 △색종이로 한복 접기 △한국어로 토론하기 △태권도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일본의 한국학교들은 통상 한국 대학생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다. 재학생들이 한국 대학생과 한국어로 교류하고,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본 내 한국학교는 재학생 중 절반 정도가 순수 일본 국적 학생들이다.

 일본의 한국학교를 찾은 한국 대학생들은 “교육 봉사를 오길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김하연 씨(18·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한일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돼 솔직히 비행기 타는 순간까지 두려웠다”면서도 “우리의 작은 걸음이 모이면 커다란 정치적 갈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환 국인 대표는 “최근 한일 갈등 때문에 활동을 잠시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런 때일수록 순수 민간 교류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교토·오사카=강동웅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