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는 대선 때 트럼프 캠프 경제자문그룹(14명)의 선임정책자문을 맡아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 모금을 주도한 인물로 FTA를 비판하는 정책보고서를 작성해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역) 공략에 앞장섰다. 9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선 “한미 FTA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추진한 실패한 협정으로 이 때문에 9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는 “미국은 ‘나쁜 무역협정’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하며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상무장관으로 발탁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금융그룹인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로스는 사모투자펀드 ‘WL로스&컴퍼니’를 운영하는 투자자로, 철강 석탄 통신회사 등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과감한 구조조정 칼질을 한 뒤 되팔아 엄청난 수익을 내왔다.
로스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국제채권단의 협상자문 및 중재역을 맡아 한라시멘트와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등 한라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당시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부채를 탕감해주면 로스차일드그룹이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외자를 들여와 남은 부채를 일시에 갚고 해외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로스는 10억 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만 들여오고 나머지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 총수 등과의 뒷거래로 정부의 구조조정기금에서 조달해 반사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이 2000년 국회에서 제기됐다.
로스는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던 리젠트그룹 지분을 인수했고, 차세대영상이동전화(IMT-2000) 사업과 기아특수강 매각에도 관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11월에는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줬다는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재계 인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철강산업 등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온 로스는 한국에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무역 전문가는 “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 왔고 한국의 안보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높다”며 “한미 통상과 관련해 한국에 ‘엉뚱한 요구’를 안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국 정부를 촘촘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4년 현재 재산이 29억 달러에 이르는 로스가 상무장관이 되면 트럼프 내각엔 억만장자보다 더 부자인 ‘거질리어네어(gazillionaire)’로 가득 차게 된다. 거질리어네어는 엄청난 수란 뜻의 ‘거질리언(gazillion)’에서 따온 말로 트럼프를 포함해 장관 지명자들의 재산은 총 350억 달러(약 41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