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4월 1일 기준으로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올해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등 6개 그룹이 새로 포함됐다. 인터넷기업인 다음과 바이오제약업체인 카카오는 벤처기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농식품 분야의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이 자산 5조원을 넘는 대기업으로 올라선 것도 눈에 띈다.
한국경제와 기업들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활기를 잃은 현실에서 이들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축하할 일이다. 미국 페이스북이나 중국 알리바바처럼 작은 벤처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크는 기업이 한국에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 그러나 카카오나 셀트리온, 하림 내부에서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순간부터 계열사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채무보증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돼 대기업 진입을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달 한 강연에서 “올해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 규제를 새로 받게 돼 기업 성장이 마냥 즐겁지많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거나 아예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확산되고 있다. 자산규모가 348조 원을 넘는 삼성과 5조1000억 원의 카카오가 70배의 자산 차이가 나는데도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것은 오히려 불공평할 수 있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2009년 ‘자산 5조원 이상’으로 변경돼 8년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최근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지정기준을 10조 원 정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고 하는 왜곡된 현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권순활논설위원 shkwo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