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기자가 컴퓨터 사이언스 관련 가짜 논문을 학술지에 등재하기는 쉬웠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생들이 만든 초급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 논문생성 프로그램 ‘SCIgen’을 이용해 논문을 만드는 데 3초, 중국 기반의 온라인 학술지 ‘OALib’ 통과에는 불과 2주가 걸렸다. 이 학술지는 “논문을 등재하려면 99달러만 내라”고 했다.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학술지들이 “돈만 내면 논문을 등재할 수 있다”는 e메일을 보내 교수들을 유혹한다는 본보 보도(2월 16일자 A12면)가 확인된 셈이다. 가짜 논문이 온라인 학술지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국내에서 밝혀진 건 처음이다.
OALib는 학술지가 거쳐야 하는 여러 검증 과정을 생략했다. 기자가 논문에 재직 중인 학교로 기재한 곳은 ‘동아 미디어 칼리지’. 존재하지 않는 학교다. 학술지는 저자가 제출한 논문이 혹시 자기 표절된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학교와 저자 검증을 해야 한다. 이 과정만 거쳤어도 논문이 가짜라는 건 들통났을 것이다.
3일 오전 9시 기자는 SCIgen에 Yena Choi라고 저자 이름만 쳐 넣었다. 3초 만에 6쪽짜리 논문이 나왔다. 같은 날 오후 2시 29분 OALib에 제출했다. 17일 오후 3시 54분 “논문이 통과됐다”는 축하와 함께 등재비용 99달러를 요구하는 e메일을 받았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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