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베레스트 등반 사상 최악의 인명 참사를 빚어낸 눈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뒤 세계 각국의 등반가들이 해발 6000m 이상 고산 지대에서 극한의 생존게임에 돌입했다. 25일 네팔 대지진과 함께 발생한 눈사태는 해발 5395m 지점에 있는 등산 베이스캠프를 덮쳤다. 현재까지 베이스캠프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19명. 부상자는 60여 명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구조가 베이스캠프에 집중되면서 그 위쪽에 있는 캠프1과 캠프4 사이에 머물 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00명의 등반가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진 것. 위쪽 캠프들은 해발 6066m에서 7925m 사이에 4개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산소 부족으로 잠시도 머물기 어려운 높이다. 구조 헬기 착륙도 불가능하다. 추위와 강풍이 휩쓰는 가운데 등반용으로 조금 메고 떠났던 산소와 음식도 바닥나고 있다.
하산하려 해도 베이스캠프와 캠프1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인 쿠쿰 빙하가 눈사태로 완전히 막혀 버렸다. 밧줄 등 중요 장비를 두고 떠났기 때문에 새로 길을 내기도 어렵다. 게다가 최초의 지진 이후 여진도 3차례 추가로 발생하면서 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캠프1에 머무르는 미국인 등반가 대니얼 마주르 씨(55)는 26일 트위터에 캠프1은 악몽이다. 세 방향에서 눈사태가 쏟아져 내려왔다. 이곳은 작은 섬이 됐다. 아래쪽 팀원들이 걱정된다. 살아 있나?라는 글을 남겼다. 구조 당국은 구조가 지체되는 가운데 고립된 등반가들이 극한 상황에 대비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란 점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눈사태가 베이스캠프를 덮치는 순간의 생생한 화면도 26일 공개됐다. 독일 산악인 요스트 코부슈 씨가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는 수십 m 높이의 눈사태가 파도처럼 베이스캠프를 휩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눈사태는 땅이 흔들린다는 코부슈의 고함 이후 17초 만에 베이스캠프를 덮쳤다. 코부슈와 동료는 눈사태 직후 황급히 텐트 안으로 도망쳤고 곧바로 콰과광 하는 굉음과 함께 텐트가 무너져 내렸다. 약 2분 후 텐트에서 나와 보니 주변에 있던 다른 텐트들은 간데없이 눈덩이만 가득했다.
눈사태가 덮칠 당시 베이스캠프엔 1000여 명이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눈사태에 밀려가 아직 찾지 못한 사망자들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