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법원, 첫 심리적 부검우울증 자살 공무원 업무상 재해 인정

법원, 첫 심리적 부검우울증 자살 공무원 업무상 재해 인정

Posted December. 23, 2013 03:09,   

日本語

법원이 국내 재판 절차에서 처음으로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통해 한 국세청 직원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2009년 11월 말 지방 국세청에서 계장으로 일하던 김모 씨(당시 44세)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자살 전 김 씨는 정상적인 근무시간보다 40%가량을 초과 근무하고 있었다. 그해 9월 조직개편 결과로 새로 만들어진 팀의 팀장까지 맡아 업무 스트레스도 극에 이른 상태였다. 김 씨는 직원 3명을 충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일은 과중하게 하면서도 11월 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되자 중증의 우울증을 앓게 됐다.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려면 일이 비교적 적은 관내 세무서로 전근할 수 있었지만 본청 근무 2년을 못 채우고 관내 세무서로 돌아온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앞으로 승진을 못할까봐 불안해했다. 그는 결국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의 옷 주머니에서는 내가 죽는 이유는 사무실의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입니다라고 쓰인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들은 김 씨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했다며 보상금을 청구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이 본래 성격이나 기질적 원인에 따른 자살이라며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감정을 의뢰하고 경찰의 사건 조사 서류, 국세청의 내부심사 자료를 기초로 김 씨의 과중한 업무가 우울증 발병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유족은 1심에서 조사가 부족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증인 신문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박형남)는 법원행정처의 도움을 받아 자살 사례를 1000건 이상 연구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감정인으로 지정해 심리적 부검에 나섰다.

감정인은 1심 자료는 물론이고 김 씨의 부인과 자녀 2명, 어머니, 가깝게 지낸 직장 동료 선후배 3명을 개별 심층 면담했다. 그 결과 평소에 동료에게 농담이나 프로야구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는데 죽기 한 달 전엔 말수가 현저히 줄어서 업무 이야기 외에는 하지도 않았고 잘 웃지도 않았다 평소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했는데 다른 내용 서류를 1개 파일에 같이 편철하고 책상도 정리하지 않았다 힘들어도 밖으로 표현을 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부하 직원에게 직원 충원을 안 해주니 죽을 만큼 힘들다고 자주 토로했다는 등의 구체적 내용을 새로 밝혀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심리적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중증의 우울증으로 정신적 억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공무상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함께 작용해 김 씨가 자살했기 때문에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은 유족에게 보상하라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그동안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진료 기록이나 사건 조사 기록을 보고 자살 원인에 대한 해석을 듣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번 판결은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증거로 받아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