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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도 춤출거예요 고귀한 분이 막 도착했으니까요

천사들도 춤출거예요 고귀한 분이 막 도착했으니까요

Posted December. 09, 2013 03:16,   

언덕 아래부터 손에 꽃을 들고 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노란색 국화를 들고 온 백인 여성, 보라색 수국을 손에 든 흑인 남성, 들꽃을 꺾어 온 소녀들까지. 그들은 간절한 손길로 촛불을 켜고 기도했다. 그리고 깨알 같은 손글씨로 편지를 썼다. 5일 세상을 떠난 타타(아버지) 마디바(존경받는 어른이라는 뜻을 가진 만델라에 대한 애칭)에게 쓴 글이었다.

마디바는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당신 덕분에 자유를 얻었습니다. 하늘나라의 천사들도 춤을 추고 있을 거예요. 고귀한 분이 막 도착했으니까요. 타타, 당신은 신께서 인류에게 내려준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7일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교외에 있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는 수천 송이의 꽃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만델라의 시신은 6일 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국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국군병원에서는 유해공개를 앞두고 시신처리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추모행사를 할 수 없어 요하네스버그 자택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특히 추모 장소마다 수백 명 추모객들이 넬슨만델라라고 외치며 엉덩이를 흔들고, 발을 구르며 격렬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에게 슬픈 날에 왜 춤을 추느냐고 물었다. 헤이잘 마지무코 씨(45여)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행복할 때도 춤추고 노래하고, 슬픔을 감당할 수 없을 때도 노래를 한다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시절에는 감정도 맘껏 표현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기 때문에 춤을 춘다고 말했다.

이날 자택 앞에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온 참배객들이 많았다. 이 곳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용서와 화해를 가르쳐준 성자() 만델라를 기리는 거대한 교육의 장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30년간 남아공에서 살아온 백인 세르지오 씨(56)는 우리는 20년 전만 해도 유고 내전이나 르완다에서처럼 서로가 서로를 죽이던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만델라를 함께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언론은 만델라 사후에 실업이나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불안과 폭동, 주식과 통화가치 폭락으로 남아공 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만델라 크래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 분위기는 만델라의 죽음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프리토리아 대통령 집무실 앞 추모장소에서 만난 버튼 조세프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대변인은 남아공이 현재 빈부격차, 실업,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과거에도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왔듯이 곧 이겨낼 것이라며 우리 모두 만델라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면 전 세계에 다시 화합과 번영의 빛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델라의 동지였던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도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델라가 세상을 떠난 뒤 남아공이 꺼져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예상은 우리 남아프리카인과 만델라의 유산을 불명예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 정부는 15일까지 열흘간을 만델라의 장례기간으로 선포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10일 남아공월드컵 폐막식이 열렸던 요하네스버그의 FNB 월드컵경기장(수용인원 9만5000명)에서 열리는 국민 추도회에는 외국의 정상들도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만델라는 15일 수도에서 700km 떨어진 고향 쿠누에서 영면하게 된다.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