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고영욱 씨는 인도 빈민가 어린이 합창단의 홍보대사다. 한 국제구호단체가 가난에 찌든 아이들에게 노래로 희망을 주자며 만든 합창단의 얼굴이다. 고 씨는 5월 위촉식에서 TV 예능프로를 하다 합창단과 인연을 맺었는데 아이들이 기적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일주일 뒤 그는 10대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려갔다. 희망전도사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가수 이효리 씨도 홍보대사가 역주행한 사례다. 이 씨는 지난해 한우 홍보대사로 활약하다 올해 초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채식주의자로 전향했다. 구제역 파동으로 침체된 한우 소비를 촉진하려 전임자의 3배인 3억3000만 원이나 들여 톱스타를 모셨건만 그의 변절로 신뢰만 잃었다는 축산농가의 성토가 이어졌다. 광고모델은 구설수에 휘말려 이미지가 훼손되면 광고주가 손해배상을 받지만 홍보대사는 사후책임을 묻기가 마땅찮다. 농림부가 이 씨 소속사에 전화해 그러면 되겠느냐고 서운함을 전한 게 다였다고 한다.
홍보대사는 이론적으론 수지맞는 거래다. 연예인은 공익적 이미지를 얻고 해당 기관은 대중의 환심을 산다. 홍보대사 종류는 수백 가지다. 여러 개 겸직하는 연예인도 많다. 홍보대사가 기관의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홀몸노인에게 급식을 하는 사랑의 밥차는 최근 존폐 위기에 몰렸다가 홍보대사인 가수 김장훈 씨가 2억 원을 쾌척한 뒤로 모금운동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얼굴마담에 그친다. 가수 아이유가 경찰의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로 5개월간 한 일은 경찰관들이 쓴 학교폭력 관련 수기 출판기념회 때 사인회를 열어 사람을 모아 준 것 정도다.
경찰은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신랄한 풍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용감한 녀석들을 19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그들처럼 신고정신을 발휘해 성폭력 조직폭력 등 5대 폭력을 줄이자는 것이다. 경찰은 제국의아이들 주얼리 황정민 태진아 씨 등 다방면의 스타를 홍보대사로 기용했다. 홍보대사는 자주 바뀌는데 치안 현장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학교폭력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때 드러난 경찰의 무능은 최근까지 반복되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 대신 실질적 제도 개선에 주력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 광 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