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없어 미국비자 발급이 어려운 중국인을 상대로 고액의 알선료를 받고 미국 관광비자 부정 발급을 도운 브로커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비자 브로커 총책 김모 씨(66)를 공문서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해외 송금책 홍모 씨(35)와 중간 모집책 노모 씨(48), 비자발급 의뢰자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중국 현지와 국내 여행사를 통해 의뢰인을 모집한 뒤 소득금액증명서, 재직증명서 등 비자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꾸며 주한 미국대사관에 제출하고 관광비자를 발급받도록 도왔다. 피의자들은 내국인에게는 건당 300만 원, 중국인에게는 1500만2000만 원을 받아 총 1억 원 상당의 이득을 챙겼다. 중국 브로커를 통해 미국 비자를 발급받을 경우 건당 4000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해 중국인들은 김 씨에게 비자발급을 의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초기에 미국 가서 돈 벌자, 미국비자 100% 발급이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하며 의뢰인을 모집하다 몇 차례 부정 발급이 성공하자 중국 현지 여행사와 협의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들은 중국인 전용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서울 영등포대림, 경기 안산 등지의 중국인 상대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싣는 등 점차 대담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의사, 국내 대기업 임직원 등 부유층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중국인 의뢰인이 부유층의 가사 도우미로 일하고 있거나 국내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 피의자들은 최근 비자발급 시 중요성이 높아진 미 대사관의 인터뷰에 대비해 의뢰인들에게 세무, 직장, 미국 체류 예정기간 등 예상 질문까지 치밀하게 사전 교육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범죄는 국내에서 발생한 최초의 중국인 상대 미국비자 부정 발급 사례라며 중국보다 국내에서의 미국비자 신청 요건이 덜 까다롭고 비용도 저렴해 국내 체류 외국인을 상대로 한 미국비자 부정 발급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문서위조책 조모 씨(49여)와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중국인 여성 등 21명을 추적하고 있다.
고현국 mc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