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기념관이 입안된지 13년 만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어제 문을 열었다. 연면적 5290m의 3층짜리 건물이지만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중화학공업 중흥 등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밑바탕이 됐던 역사적 성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박정희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상징하는 기념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전 대통령과 숙적관계나 다름없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의로 건립이 이뤄지게 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박 위원장에게 박정희기념관은 긍정적인 유산에 해당한다. 기념관은 부친이 남긴 빛과 그림자 가운데 아무래도 그림자보다는 빛을 더 많이 비출 것이다. 이에 비해 아버지 박정희의 정() 자와 어머니 육영수의 수() 자를 따 이름 지은 정수장학회는 부정적 유산이다. 부산지역 기업인이자 정치인이던 고() 김지태 씨가 만든 부일장학회가 모태로, 처음엔 516장학회였다가 1982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부산일보 지분 100%와 문화방송 지분 30%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정수장학회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년 11월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과 사장 선출권을 요구하는 부산일보 노조와 사측의 대립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큰 선거 때가 되면 박 위원장을 공격하는 단골 무기로 등장한다. 1961년 516 당시 부정축재 등으로 구속된 김 씨의 부일장학회 포기가 자진 헌납이냐, 국가에 의한 강탈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정수장학회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이사장을 지낸 박 위원장의 영향력 하에 있느냐도 관심거리다.
박 위원장은 이사장직을 그만 둔 이후 나와 장학회는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권은 장물 운운하며 박 위원장에게 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촉구한다. 법적으로는 박 위원장의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1978년 박 위원장이 청와대 큰 영애이던 시절 비서관이었던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진 5명의 면면을 보면 박 위원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긍정적인 유산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정적인 유산을 극복하는 것도 상속자의 역량이다. 박 위원장이 적극적이고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