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성지순례를 나섰던 한국인 3명이 베두인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29시간여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10일 오후 4시 30분 이민성 목사(53)와 이정달 장로(62), 현지 한국인 가이드 모종문 씨(59여)는 시나이산 인근 유적인 성 캐서린 수도원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서 무장 세력에게 피랍됐다. 이곳은 지난주 베두인족에게 미국인 여성 2명과 이집트인 가이드가 납치됐다 풀려나고, 9일 동족 한 명이 총으로 사살당한 데 대한 반발로 이집트 경찰관 19명이 잠시 억류됐던 곳이기도 하다.
이집트 현지 경찰에 따르면 성지 순례객을 태우고 이동 중이던 차량 3대 가운데 일부 탑승자가 용변이 급해 정차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을 마치고 개인 휴식 시간을 가진 승객들이 다시 차량에 올라타자 잠복해있던 소총을 든 베두인족 10여명이 탄 트럭 두 대가 가로막으면서 탑승객들에게 버스에서 내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안영집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아무도 버스에서 내리려 하지 않자 무장 부족이 일부 탑승객의 멱살을 잡고 살짝 때리기도 하다가 결국 앞쪽에 탄 가이드 모 씨를 비롯한 한국인 3명과 이집트 현지 직원을 데리고 갔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을 목격했던 일행들은 베두인 무장세력이 금품을 요구하거나 총을 발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부족민은 납치한 한국인과 투옥된 동료의 맞교환을 원했다. 그들은 납치한 이집트 직원을 통해 8일 홍해 휴양지 은행 강도미수 혐의로 체포돼 구금 중인 친척 살렘 고마 우다를 풀어달라고 당국에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남부 시나이 주지사와 경찰청장 지휘 하에 베두인 족장이 중재하는 협상이 이뤄졌지만 자세한 협상 과정과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피랍자들은 부족민의 거처로 옮겨져 음식을 대접받았으며 그들로부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납치세력은 특별히 한국 정부에 요구한 사항도 없었다. 협상이 끝난 뒤 이 씨등 3명은 무사히 11일 오후 8시경 이스라엘 타바 국경을 통해 석방됐다.
한편, 피랍자들과 동행했던 여행객들은 한국 정부나 주이집트한국대사관으로부터 여행지역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사전에 고지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여행객은 위험지역인 줄 몰랐다. 이집트 현 상황에 대해 염려는 했지만 최근 미국인 등 피랍됐다는 소식을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자로 여행자제 경보가 홈페이지에 올라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나이 반도는 피랍 여파로 여행객과 순례객의 발길이 끊긴 상태다. 시나이산은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이곳을 찾는 한국인 순례객들이 좀처럼 줄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시나이반도는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이후 소요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베두인족은 카이로 중앙정부로부터 차별을 받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가스 송유관을 수시로 파괴하고 있으며 지역 경찰서를 공격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