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나게 표현하자만 고용대박이 난 거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늘고 실업률이 감소하면서 그동안 고용 통계를 둘러싼 실업률 사각지대의 논란도 깨끗이 해소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용동향 지표에 반색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지표는 겉으로 봐선 완벽 그 자체다. 10월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내려간 2.9%로 2002년 11월(2.9%)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일자리만 원하면 모두가 취업한다는,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완전고용 상태다.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만1000명 늘어 지난해 5월(58만6000명)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용지표는 흐름을 보여주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실업률, 취업자 수 정도만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비현실적으로 좋은 고용지표는 사실상 통계의 착시 현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50, 60대로 몰린 것도 문제다.
실업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청년층 및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데,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모수가 줄어 실업률이 낮아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1524세 전체 인구(598만 명)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455만 명에 이른다. 경제활동참가율은 23.9%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8.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529세로 늘려 잡아도 경제활동참가율이 42.4%로, OECD 1524세 경제활동 참가율보다도 낮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었다고 하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은 50.1%에 그친다.
고용지표를 작성할 때 쓰이는 질문지가 엉성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계청은 매월 전국 3만2000가구를 대상으로 고용 표본조사를 하는데 지난 4주간 직장을 구해봤느냐고 물어본 뒤 아니라고 하면 뒤이어 취업 의사를 묻는데, 여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소극적으로 응답해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장이다. KDI는 올해 5월 분석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방식대로 국내 실업률을 조사할 경우 사실상 실업자들의 비율인 잠재 실업률은 5%21%로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수경 KDI 연구위원은 지난주에 1시간 이상 일을 안 하고 4주간 적극적 구직활동을 했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만 실업자로 분류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잠재 실업자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통계를 그대로 믿더라도 현 고용상황의 맹점은 드러난다. 10월에 늘어난 일자리 50만 개 중 49만 개는 50, 60대 몫으로 돌아갔다. 취업자(50만1000명)를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5059세에서 30만 명, 60세 이상은 19만2000명이 늘어났다. 취업 최전선에 나서는 20대 일자리 증가 수는 0이었고, 30대는 오히려 취업자가 6만6000 명 줄었다.
자영업자는 573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7000명(1.9%) 늘어나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 1월 528만 명이던 자영업자가 10개월 만에 45만 명이나 증가한 것. 같은 기간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는 오히려 1.3%(5만5000명) 감소했다. 회사에서 은퇴한 50, 60대가 실업자 자녀부양, 노후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취업자가 50대 이상 서비스업에서 많이 늘면서 취업자 수 증가를 경기적인 측면으로 설명할 여지가 상당 부분 없어졌다며 경기 호전에 따른 해석을 경계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