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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자리 알고도 안 만들기

Posted August. 20, 20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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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아를르의 포룸 광장엔 빈센트 반 고호 그림에 나오는 카페 테라스가 있다. 카페 바깥 골목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위로 그림과 똑같은 노란색 차양이 쳐있고, 밤이 깊어갈수록 별이 수놓인 하늘은 군청색으로 짙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라스가 있는 카페는 유럽 같다며 인기다. 하지만 테라스 식당은 호텔이나 서울 이태원과 제주 등 전국 27개의 관광특구에서가 아니면 차릴 수 없었다. 국민신문고엔 왜 테라스 카페는 되고 식당은 안 되느냐는 민원이 적지 않았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어제 음식점 옥외영업을 음식문화 거리와 시군구청장이 지정하는 지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관광특구에서 올린 옥외음식점 매출은 1334억원(특구당 평균 58억원)이다. 카페 테라스처럼 운치 있고 맛도 있는 음식점이 거리에 생기면 골목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력강화위는 외국인 전용 면세점을 도심에 더 둘 수 있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인 및 영리법인도 정신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비스분야 19개 진입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서비스업 규제 완화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필수정책이다. 서비스업을 1% 성장시키면 고용은 0.66% 늘릴 수 있다고 한국노동연구원은 분석했다. 제조업 1% 성장 때는 고용이 되레 0.1%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화, 즉 국경 없는 경제 시대에는 테크놀로지가 발달할수록 저숙련 근로자들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반면 사람이 사람을 대접하는 서비스산업에선 손님을 얼마나 더 기분 좋게 해주느냐에 따라 일자리도, 수입도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서비스 진입규제를 푼다면서도 영리병원 허용 같은 핵심은 또 비켜갔다. 6월 30일 발표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외국의료법인을 허용하는 정책을 올 하반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빈말인가. 의료관광산업은 취업유발 계수가 투자비 10억 원당 52명이나 되는 일자리의 보고()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양극화 논란과 일자리 타령은 끊임없이 하면서도 이 블루오션 시장을 막는 것은 일부 이념 세력 및 의료 기득권층 노동자들의 반발을 겁내서인 것으로 보인다. 길을 알면서도 못 뚫는 정부는 비겁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