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 주 케치칸과 공항이 있는 그라비나 섬 사이에는 폭 800m 정도의 해협이 있다. 공항을 오가려면 페리를 타고 해협을 건너야 한다. 이 해협에 4억 달러를 들여 다리를 놓는 문제를 놓고 미 의회는 2005년부터 논란을 벌였다. 여기서 나온 말이 Bridge to Nowhere(갈 곳 없는 다리)다. 특정 지역이나 주민을 위한 선심성 예산을 뜻하는 포크배럴(Pork barrel)의 상징처럼 됐다. 섬 주민은 50여 명에 불과하지만 공항 이용자가 연간 20만 명, 페리 이용자는 35만 명이나 되니 선심성 예산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포크배럴은 미국 정치인들이 지역구 예산을 따내는 행태를 과거 노예들이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덩어리에 몰려들던 것에 비유한 정치용어다. 양()의 귀에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게 표시하던 데서 유래한 이어마크(Earmark)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며 사라져야 할 정치 관행의 상징으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6월 포크배럴 사업과 대외원조를 없애면 재정적자를 없앨 수 있다는 등 이 표현을 자주 썼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포크배럴에 맞서 재정건전성을 복원하고 재정 지출을 지속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등 재정 규율을 확립하겠다고 당연한 말을 했다가 여야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민을 위해 뛰는 정치권을 싸잡아 돼지에 비유했다며 망언이라고 규정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박 장관의 사죄와 사퇴까지 촉구했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일국의 장관이 (국회를) 돼지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흔히 쓰이는 포크배럴이 한국에 와서 직역() 같은 오역()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포크배럴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위해 따내는 선심성 예산으로 의미가 굳어졌다. 일부 의원의 주장은 정치인들이 이전투구()를 벌인다는 비판에 왜 우리를 개에 비유하느냐고 따지는 식이다. 곧바로 재정부가 국회를 돼지에 비유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나섰으니 국회는 오역을 해도 당당하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