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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사로잡은 경제 한류

Posted July. 06, 201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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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붉은색 식초 음료 한 컵을 단숨에 마신 바이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런 맛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식초로 음료수를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데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한국이란 나라를 잘 알진 못하지만 한국산 제품의 품질만큼은 믿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경제 한류의 물꼬가 트였다. 우수한 한국 제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한국 상품전이 4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인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초석을 놓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KOTRA가 마련한 행사다. 아프리카에서 한국 상품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 부스에서 고소하고 달콤한 불고기 냄새가 피어오르자 현지 바이어와 관람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남아공은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조차 한국식당이 단 한 곳뿐이어서 한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 텐데도 이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방 등 한국산 잡화에 관심이 있어 전시장을 찾았다는 조지프 솜폰도 빅아이 인베스트먼트 투자담당자는 불고기 맛을 본 뒤 한국식품을 독점 수입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다른 바이어는 한국 김치는 아프리카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함께 손잡고 김치 사업을 해보자고 CJ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남아공 2위 유통업체인 매스마트도 CJ와 수출 상담을 하기로 했다.

커피 원두 로스터를 제작, 판매하는 태환자동화산업은 3일간의 행사에서 18건의 수출상담을 하기로 돼 있다. 이 회사 김용한 대표는 3년 전부터 미국 중국 등지에 수출을 시작했지만 아프리카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니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스로 밀려드는 바이어들로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

삼성전자의 3차원(3D) TV 앞에서는 안경을 쓴 바이어들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생생한 입체감이 느껴지는 골프장에서 공이 눈앞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에 감탄했다.

최현국 CJ제일제당 과장은 올해 4월 요하네스버그에 부임했다. 그가 오면서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글로벌포스트(GP)가 생겼다. GP는 법인을 세우기 전 단계로 최 과장은 아프리카에서 우리 제품이 통하는지 시장조사를 하는 중이다.

가만 앉아서 사람들이 한국 상품을 알아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발품을 팔아 현지 유통망을 바닥부터 훑었다. 중국식당을 찾아가 제품 샘플도 돌렸다.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는 주요 유통업체들에 일일이 전화해 참석을 권유했다. 12곳에서 참석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우리 기업들은 이렇게 경제 한류를 일으키기 위한 기틀을 닦고 있었다.

아직은 불안정한 치안, 부족한 인프라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기업들이 아프리카로 진출하려는 것은 이 대륙이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신흥시장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발전의 발목을 붙든 내전과 분쟁이 2000년대 들어 크게 줄면서 아프리카 경제는 2004년 이후 연 5%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케냐와 나이지리아에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최근 수년간 매년 두 배 이상 뛰어오르고 있다.

KOTRA는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올해 에티오피아, 가나, 카메룬에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를 신설해 아프리카 내 KBC를 7개로 늘렸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에 법인을 둔 삼성전자는 이르면 연내 케냐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제일기획도 올해 3월 요하네스버그에 법인을 세웠고 포스코, 한화, 한국타이어는 올해 이곳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조이영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