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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건설 암세포 시중 전이 공포 얼마나 도려내야 하나

PF건설 암세포 시중 전이 공포 얼마나 도려내야 하나

Posted April. 15, 2011 10:19,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부실이 금융권과 건설업을 동시에 옥죄고 있다. 퇴출 공포에 빠진 저축은행과 건설사 사이에서 우선 나부터 먼저 살고 보자 식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제2금융권만의 문제로 보이던 PF부실이 암()세포처럼 시중은행으로까지 급속히 전이되는 형국이다.

동반 부실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단기적으로 금융권 공황심리를 진정시키고, 장기적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건설업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건설사 줄 도산 공포

14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12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은 회생절차 철회, 호텔 담보 제공, 대출 만기 연장 등을 놓고 대주단과 재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진통을 겪고 있다.

부도 공포에 휩싸인 것은 삼부토건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등 중견 건설사 4개사가 잇따라 부실화 되자 건설업계의 부도 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의 PF 대출부실은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계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하반기 추가 퇴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거나 원리금이 연체되는 사업장에서 주저 없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건설사 사정을 봐주고 미래를 기약할 여유가 없을 만큼 제2금융권의 PF 부실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지난해 말 PF 대출 잔액은 약 2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PF 잔액 38조7000억원의 71.8%에 해당한다. 이중 저축은행이 12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전체 PF 연체율은 2008년 말 4.4%에서 2009년 말 6.4%, 지난해 말 12.9%로 상승했다. 그러나 제2금융권의 연체율은 증권사 30%, 저축은행 25%, 할부금융 18%, 농협 특별회계 18%로 금융권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자산이 비교적 우량한 시중은행도 PF 부실에 긴장하고 있다. 제2금융권에 비해 PF 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지만 믿었던 사업이 악재로 터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A 은행의 여신담당 임원은 삼부토건은 건설업계에서 양호한 편에 속했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건 충격적이었다며 이처럼 예측하지 못했던 건설사의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니 걱정이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은행권 PF 부실 지표가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권의 PF 대출잔액은 줄어들고 있으나 PF 부실채권은 2007년 말 3000억 원에서 작년 말 6조4000억 원으로 21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부실채권에서 PF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9%에서 25.41%까지 증가했다. 금융권-건설사 불신 게임 양상

저축은행과 건설업계, 벼랑 끝에선 선 두 업계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사의 자금난금융권 부실대출 회수 경쟁건설사 추가 도산 등 금융권과 건설사가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하는 건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협력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는 건설업계가 쉽사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버리며 양측 간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C 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삼부토건처럼 덜컥 기업회생 신청을 해버리면 은행권에서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은 신용,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에 작은 한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그 파장은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도 할 말이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PF 대출에 대해 사업성을 판단해 대출을 해줘 놓고 건설경기가 악화하니까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정책적 실패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1월부터 폐지된 기촉법을 재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금융위와 법무부의 이견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건설업계의 섣부른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막기 위해 통합도산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회생 과정에서 경영권을 너무 쉽게 인정해주거나 신속하게 절차를 처리해주는 등 너무 친기업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기업들을 깊은 고민 없이 기업회생절차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