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와 불륜 관계에 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임 시절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을 싫어하는 티를 많이 냈다. 정 총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신 씨로부터 정 총장이 치근거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 씨가 그제 출간한 자전에세이 4001에서 밝힌 내용이다.
신 씨와 정 전 총리 사이에 진실 공방이 뜨겁다. 이 책에는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 재임시 서울대 미술관 운영에 대해 신 씨에 수시로 연락해 자문을 구하고, 미술관 운영에 젊고 추진력 있는 신 씨가 적격자라고 추켜세우면서 교수로도 임용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박사학위 위조 사건이 터진 직후 정 전 총리는 검찰에서 서울대 교수직을 제의한 적도, 미술관장직을 제의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신 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도중 그 얘기를 듣고 실소가 나왔다고 이 책에 썼다.
정 전 총리는 신 씨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까지 표시한 것으로 나온다. 신 씨는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며 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는 또 한번 팔레스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고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얘기까지 했다며 그날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정 총장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내 앞에서 보여줬다고 썼다. 이에 정 전 총장은 거짓말이기 때문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들 사이의 통화 기록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를 가리는 단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검찰은 신 씨와 정 총장간의 통화 기록을 조사했다. 그 중에는 정 총장이 잇달아 여러 통의 전화를 했는데 신 씨가 전혀 받지 않은 기록들도 나왔다. 신 씨는 나를 조사하던 검사들은 통화 기록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 다음부터 서울대와 관련된 이야기는 묻지도 듣지도 않고 그냥 덮으려고만 했다며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통화기록은 빼고 정 총장이 잡아뗀 말만 하는 게 소름끼치게 무서웠다고 회고했다. 검찰은 누구 말이 맞는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