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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수치로 경쟁? 점수 급급해 정책 소홀? (일)

객관적 수치로 경쟁? 점수 급급해 정책 소홀? (일)

Posted December. 22, 2010 03:25,   

내년에는 공정사회 구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같은 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 실적이 숫자 또는 순위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지수, 공정지수, 미래준비지수, 공공기관브랜드지수 같은 다양한 정책지수가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요 정책의 목표를 객관적 수치로 표현하지 않으면 성과를 확인하기 힘들고 선의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든 정책을 점수로 매기려 들다 보면 지수를 높이는 데만 치중해 당초 의도했던 정책 목표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내년에 국민의 공정사회 인식도, 기부금, 다문화 현황 등을 담은 공정사회 구현 통계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런 통계를 활용해 이른바 공정지수가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공정지수 같은 게 없으면 공정사회가 얼마나 구현됐는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지수는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내년 초까지 동반성장지수 개발을 완료하고 6, 7개월간 대기업의 상생 활동을 평가해 11월에 첫 지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대기업에는 정부 포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면제 등의 특혜를 제공한다. 반면 지수가 낮은 기업은 정부사업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정부는 동반성장지수를 윈윈 인덱스(win-win index)라고 표현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및 업종별 특성을 정확히 반영한 진정한 윈윈 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공공기관과 주요 민간조직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미래준비지수도 내년에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져 가는 만큼 이들의 브랜드 조사도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공공기관브랜드지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들이 발표하는 다양한 지수와 순위가 해당 분야의 관심과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처럼 각종 정책의 지수화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지수화는 정책의 성과를 쉽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숫자에 매몰될 위험도 크다며 설익은 지표나 지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사회적 자원 배분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객관적 지표나 지수를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도 (대중소기업)상생협력지수가 소개된 적이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식차가 너무 커 흐지부지됐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