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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추가도발 빌미 주지말라 압력 (일)

Posted December. 04, 2010 09:03,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자 미국은 즉각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지지를 보냈다. 그러던 미국이 한국군의 연평도 K-9 자주포 사격훈련에 반대하며 상황 관리에 들어갔다. 이는 한반도 긴장고조가 동북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미국의 정치적 고려는 국내 여론의 강력한 대응 압력에 직면한 정부의 행동반경을 좁히는 구조적 제약이 되고 있다.

북한 비난 좋지만 전쟁은 안 돼

이상현 세종문제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은 미국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대북 제재에 앞장서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힘이 실리게 됐고,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이 함께 비난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사태가 국지전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동북아 지역 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한다고 보는 듯하다. 한국의 사격훈련과 북한의 대응 도발, 이에 맞선 한국의 전투기 포격이 북한의 수도권 장사정포 발사로 이어지면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국으로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또 하나의 분쟁지역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이것이 남북 간 무력분쟁으로 비화되는 일은 차단해 왔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정부가 524 대북 조치의 핵심인 대북 심리전 재개 방안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도 북한이 공표한 대로 확성기에 대응사격을 하고 이것이 국지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미국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이자 정전체제 관리자인 미국

미국의 연평도 사격훈련 반대에 대해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이중적 역할을 이유로 설명했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인 동시에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함으로써 정전체제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정협정의 서명 당사자인 유엔군사령관의 입장에서 미국은 한국의 보복을 말려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동맹국으로서도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변수 또는 전면전 확전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은 외교적 압박에 의한 사태 해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전망했다. 서 원장은 미국은 이번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으로 가져가 국제사회의 이름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외교적 문제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연평도 사격 훈련은 정당한 것이며 이에 대해 북한의 추가 도발이 발생한다면 강력한 자위권 행사가 불가피하고 미국도 이를 존중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때문에 맘대로 보복 못한 한국

전통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의한 자국민 피해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남한의 피해에 대한 보복 대응은 저지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1968년 1월 21일 북한군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이틀 뒤 발생한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에 대한 린든 존슨 행정부의 대응이다.

북한 특공대의 청와대 기습 당일 박정희 대통령은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존슨 행정부는 푸에블로호 사건이 터진 뒤에는 자국민 안전을 위해 한국의 단독 보복을 더욱 억제하면서 박 대통령 몰래 승무원 구출을 위한 비밀 협상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에 공식 항의하고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미국의 1억 달러 추가 원조와 M16 소총 공장 건설 약속에 만족해야 했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에서 아웅산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항공모함 칼빈슨과 부속 전투단을 한반도 해역에 주둔시켰다. 그러나 당시 리처드 워커 주한 미국대사는 전두환 대통령에게 테러 행위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확신하지만 보복 공격에는 절대 반대한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신석호 윤완준 kyle@donga.com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