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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기사가 아닌 선수로 금메달 2개 사전 포석 구슬땀

이번엔 기사가 아닌 선수로 금메달 2개 사전 포석 구슬땀

Posted November. 05, 20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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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달고 태릉선수촌 입촌

바둑 종주국인 중국은 일찌감치 바둑을 스포츠로 인정했다. 체조나 수영 선수를 키우듯 유망주를 발굴해 집중 육성했다. 세계 정상으로 평가받는 쿵제 9단이나 구리 9단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양 감독은 중국에 비해 늦었지만 바둑 발전을 위해 스포츠로 인정받는 게 낫다.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됐을 때 선수 대부분이 이를 반겼고, 나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바둑 대표팀은 10명으로 구성됐다. 남자는 이창호 이세돌 조한승 최철한 강동윤 9단과 박정환 8단 등 6명, 여자는 조혜연 8단, 이민진 5단, 김윤영 2단, 이슬아 초단 등 4명이다. 명실상부한 드림팀이다. 와일드카드로 뽑은 이창호와 이세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치열한 선발전을 거쳤다.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명예와 자부심이 선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바둑 선수들은 바쁘다. 출전할 대회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처럼 선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합숙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실전이 최고의 훈련이긴 하지만 팀워크를 위해 선수들은 짬을 내 몇 차례 모였다. 7월 중순 선발을 마친 대표팀은 8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연구회를 하고 있다. 8월에는 경기 가평에서 2박 3일 동안 전지훈련을 했고 지난달에는 3박 4일 동안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했다.

양 감독은 대한체육회에서 요청했지만 선수들도 원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트랙을 도는 등 다른 종목 선수들과 똑같이 했다.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로 체력 훈련도 하고 밸런스 테스트도 받았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입촌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바둑은 머리싸움이지만 체력싸움이기도 하다. 순발력과 근력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지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명단 작성부터 수 싸움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은 선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선수 옆에 있을 수도 없다. 대국장 밖 모니터를 통해 승부를 지켜봐야 한다. 작전 타임이나 하프 타임도 없다. 다른 종목에 비해 감독의 역할이 작은 건 아닐까.

이에 대해 양 감독은 대국만 보면 그렇지만 할 일이 많다. 평소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라 사소한 일에도 선수가 흔들릴 수 있다. 선수들끼리 친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단체전의 경우 선수마다 고유 번호를 정해주는데 이때부터 승부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창호가 1번이라면 상대 국가 1번과 맞붙는데 그쪽에서 에이스를 내보낼지 그렇지 않을지를 예측해야 한다. 야구나 농구 감독이 매치업을 고려해 선발 명단을 짜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가 반칙을 했을 때 심판에게 항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대국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중국의 텃세를 걱정했다. 호랑이 연고도 그중 하나다. 9월 중국에서 열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이슬아는 호랑이 연고에 당했다. 2회전 상대인 중국 선수가 대국 중 계속 연고를 발랐고 이슬아는 독특한 냄새에 평정심을 잃고 졌다. 양 감독은 이번에도 중국 선수가 호랑이 연고를 바르면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둑이 아시아경기 종목이 되는 데는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안방에서 라이벌 한국을 꺾고 종주국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게 중국의 의도다. 양 감독은 중국 관계자들이 한국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다. 바둑계 전체가 이번 대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줬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바둑은 남녀 단체전과 페어 3종목에서 금 2, 은메달 1개를 노린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쉽지 않지만 국내 바둑 팬들의 기대가 높아 물러설 수 없는 목표다. 4245cm의 작은 공간 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수 싸움. 바둑은 첫 출전부터 효자 종목을 꿈꾸고 있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