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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6m팔은 후들후들머릿속이 하얘졌다 (일)

지상 6m팔은 후들후들머릿속이 하얘졌다 (일)

Posted October. 30, 20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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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발을 떼다

중력을 거스른 거침없는 발걸음. 최근 스포츠클라이밍은 20, 30대 젊은 층에게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는 체험을 위해 서울 강북구 번동의 노스페이스 아웃도어문화센터 실내 암벽장을 찾았다. 체험은 3회에 걸쳐 진행됐다.

신발 착용부터가 고역이었다. 암벽화는 자신의 신발 사이즈보다 20mm 정도 작게 신는다. 발가락은 꺾어지고 발등은 아프다. 좁고 뾰족한 돌을 밟고 오르기 위해서는 발끝으로 찍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국의 전족 체험을 하는 듯한 아픔을 견뎌야 했다.

클라이밍의 기본은 삼()지점 만들기. 항상 몸을 삼각형으로 만들어서 이동해야 한다. 양 팔을 벌려 각각 하나씩 돌을 잡았다면 다리는 한 곳으로 모은다. 옆으로 가기 위해 다리 하나를 옮겼다면 양팔은 하나의 돌을 잡는다. 삼지점 자세는 몸 전체 균형을 맞춰준다. 복근의 힘을 이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지상에서 30cm 높이에 있는 작은 돌 위에 발을 얹고 팔을 뻗어 돌을 잡았다. 땅이 주는 편안함을 거부한 순간이었다. 첫발을 떼었다는 표현이 참 적절했다. 설렘에 가슴이 떨리기 전에 팔부터 떨렸다.

클라이밍은 온몸의 근육을 이용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은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 돌을 잡고 몸을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손목과 팔꿈치 사이의 근육으로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을 뿐이었다. 삼지점 자세로 20m 길이의 암벽을 좌우로 왕복하기를 수차례. 수시로 기자의 팔 상태를 점검하던 프로 클라이머 김자하 씨(26)는 동료 한정희 씨(27)에게 외쳤다. 엥꼬(자동차 연료가 바닥났다는 의미의 일본어 속어). 너무 고마웠다.

정상을 향하다

두 번째 시간부터 본격적인 등반이었다. 첫 번째 단계는 꼭대기에 줄을 매달고 그 줄을 허리에 묶은 후 오르는 톱 로핑(Top-Roping) 등반. 중간중간 설치된 카라비너(로프 연결을 위한 고리)에 줄도 걸어야 했다.

허리에 로프를 걸기 위한 벨트를 찼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는 탄산마그네슘을 잔뜩 묻혔다. 11m 높이의 인공 암벽.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그곳에 굳이 오르기 위한 발걸음은 더뎠다. 수평 이동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게가 팔에 걸렸다.

아래에서 볼 때는 분명 잡을 수 있는 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발을 떼고 보니 돌은 모두 도망간 듯했다. 팔을 뻗어 위의 돌을 잡자니 발이 돌에서 미끄러질 것 같았다. 다리를 옮기자니 지탱할 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카라비너에 줄을 거는 것도 수차례 연습했건만 실전에서 하려니 카라비너를 놓치고 카라비너 고리에 손가락이 끼기 일쑤였다.

마지막 과제는 리드 클라이밍(Lead Climbing). 꼭대기에 줄을 매달지 않고 허리에 묶인 줄만을 걸면서 올라가는 것. 그만큼 더 위험하다. 클라이밍을 처음 하는 초보자들은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에 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상체를 뒤로 젖히면 카라비너에 줄을 걸기가 용이하다. 발을 옮기기에도 편하다. 등반 중간에 뒤를 보는 것은 금지다. 공포가 밀려올 수 있다. 물론 뒤를 보는 것은 시켜도 하기 힘든 일이다. 줄에 매달려 바위를 오르노라면 온몸과 마음이 올라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