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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문제 너무 급해 만찬 열기전에 테이블로 (일)

환율문제 너무 급해 만찬 열기전에 테이블로 (일)

Posted October. 21, 20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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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환율 전쟁은 비교적 순탄하게 준비돼 온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막판에 터진 복병이다. 환율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야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가 세계경제의 주요 현안과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 포럼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22, 23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G20 장관회의)를 앞두고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 정상회의에 앞서 경주 회의에서 각국이 환율 전쟁과 관련된 접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은 불투명해진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란 공통의 목표를 추구해 온 모임이라 대립보다는 협력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환율 전쟁은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G2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첨예하다.

이에 따라 서울 정상회의 때는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장 서울 정상회의에서 다루어질 의제들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경주 회의 때부터 이런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참가국들이 어떤 식으로 합의점을 찾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율 전쟁이 가장 조율 어려운 의제

경주 회의는 세계경제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및 글로벌 금융안전망 금융규제 개혁 금융 소외계층 포용과 에너지 등 기타 이슈 코뮈니케 서명 등 총 5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환율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로 다루어질 것이란 전망 아래 이와 관련된 참가국들 간의 의견 교환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일정에서부터 신경을 썼다. 이를 위해 정부는 환율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세계경제 세션을 회의 첫 번째 행사로 정했고, 일정도 만찬 행사 앞에 2시간을 배정했다. 지금까지 G20 장관회의에선 통상 회의 첫날에는 공식 세션은 열리지 않고, 만찬 행사만 열렸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환율과 관련해 특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이번 경주 회의에서 주요국들 간의 의견 교환 과정에서 어느 정도 뚜렷한 합의점이 나타나면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대안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G20 준비위 관계자는 주요국들 간의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려면 결국 주요국들 간의 협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9일 중국이 3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도 긍정적인 뉴스다. 정부는 중국이 사실상 점진적인 위안화 환율 절상을 용인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보고 이번 경주 회의가 부드럽게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율 문제가 최근 급격히 부각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3번째 세션에서 다루어질 IMF 쿼터 개혁도 만만치 않은 이슈다. IMF 쿼터 개혁은 경제력에 비해 많은 IMF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지분을 줄이고 신흥국들의 지분을 늘리는 게 골자다.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잃어야 하는 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심하다.

위기의 코리아 이니셔티브

한국이 서울 정상회의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주요 의제로 제안한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이슈도 경주 회의에서 다루어진다. 일단 이 두 의제는 최근 환율 전쟁으로 관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개발이슈의 경우 대부분이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G20에서는 처음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의제다. 그런 만큼 향후에도 중요한 의제로 여겨지려면 흥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환율 문제 등에 묻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경우 신흥국들과 비G20 국가들은 환영하지만 선진국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선진국들이 부담해야 할 IMF 재원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서울 정상회의 직전인 이번 경주 회의에서 더더욱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장점을 홍보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환율 전쟁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존 커튼 G20 리서치그룹 공동디렉터도 지난달 말 방한해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환율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20개국 정상이 한국에 모이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며 서울 정상회의는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세형 박형준 turtle@donga.com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