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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환 장관의 도덕성

Posted October. 08, 201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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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인사청문회 도입 10년 만에 국무총리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한꺼번에 도덕성 문제로 사퇴한 것이 불과 39일 전이다. 그동안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에 적용하는 도덕성 기준 역시 훨씬 높아졌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김황식 총리에 이어 김 장관 후보자도 도덕성에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이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는 아예 포기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

김 후보자는 병역, 부동산 다운계약서, 재산증식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1975년 징병검사 때 현역병 입대 판정을 받았지만 외교부에 들어간 1977년 확률이 0.001%밖에 안 된다는 선천성 턱관절 장애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2004년 부동산 거래 때 다운계약서는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6년 법으로 금지되기 전인 2000년대 초부터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다운계약서 금지가 거론됐으니 공직자로서 바른 처신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당(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정(김 총리)-청(이 대통령) 최고책임자가 모두 병역 면제자라는 기막힌 기록을 갖고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청와대 지하 벙커에 모인 정권 핵심 인사들 가운데 군에 갔다 온 사람은 김태영 국방부장관 정도였다.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군에 갔다 오지 않은 각료가 하나 더 늘겠지만 그동안 현 정권의 인사 결과를 보면 깜짝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국가안보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거세지는 현실을 이 대통령은 각오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때문에 10년 동안 야당을 했다. 그런데도 이 정권에서는 군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더 승승장구하니 군필자는 출세하기 글렀다는 말도 자연스럽다. 군에도 못 갈만큼 심신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 출세를 하고 건강도 되찾은 것을 보면서 젊었을 때 건강을 지키고 국방 의무를 다한 보통 사람들은 속이 뒤집힌다. 이런 국민이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을 들으며 느끼는 감정은 시쳇말로 너나 잘하세요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도 글쎄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