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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낡은 개각을 무너뜨렸다

Posted August. 30, 2010 03:00,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정한 사회라는 핵심 가치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아진 도덕적 잣대에 40대 국무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고개를 숙였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알게 된 시점 등에서 거짓말 의혹이 제기됐던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29일 자신의 개인 사무실로 써온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신불립()이라 했다.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내정 21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역시 청문회를 통해 위장전입 문제 등으로 코너에 몰렸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쪽방촌 투기 논란이 일었던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사의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27일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만나 이명박 정부의 공정한 사회 추구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언급했고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뜻과 정치권 및 일반 국민의 여론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김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6월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에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말기 장상, 장대환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낙마 파동은 우리 사회의 검증 잣대가 훨씬 엄격해졌으며 많은 국민이 고위 공직자에 대해 위법 여부뿐만 아니라 정직함, 공정함, 생활태도 등 무형()의 가치에도 엄정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김 후보자를 포함한 여러 후보자들의 자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레임덕(권력누수 현상) 우려 등을 이유로 총리 낙마 불가 태도를 견지해왔으나 이런 여론의 흐름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적인 합당 절차만 남은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까지 합쳐 180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거수기 노릇만 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시도하지도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인준 표결이 이뤄졌던 김대중 정부 시절과도 다른 것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라는 핵심 가치가 일반 국민들의 높아진 도덕적 잣대와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역설적으로 이번 낙마 파동의 부메랑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동은 몇몇 개인에 대한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층 업그레이드된 눈높이를 정착시키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는 향후 각종 인사에는 물론이고 사회질서 확립에도 중요한 원칙과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임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 원칙이 공직사회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급속한 성장을 하면서 도덕성 측면에서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다며 김 후보자의 사퇴는 과거에 대한 검증의 의미도 있지만 미래의 기준을 확고히 세웠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도덕성이 한층 높게 제고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러므로 어느 한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도전이고 과제다라고 말했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