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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라치에 찍힐라 아파트들 비상

Posted July. 26, 20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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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9)는 최근 유모차와 자전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복도에 세워둔 자전거와 유모차를 모두 치워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이가 셋이라 자전거만 세 대에 유모차까지 있다며 비파라치(비상구 파파라치)가 뜬다고 치워 달라는 경비 아저씨와 매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비파라치 경고령이 내려졌다. 소방방재청이 아파트 복도 등 비상구에 세워둔 유모차나 자전거를 촬영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비상구 신고포상제를 지난해 입법예고한 가운데 서울시가 1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2일까지 일주일 만에 서울 지역에서만 72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말까지 30% 포상금 지급

비상구 신고포상제는 아파트 복도에 쌓인 짐 때문에 비상시 피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복도를 막고 있는 자전거나 유모차 등을 사진 및 영상으로 촬영해 해당 지역 소방서로 제출하면 소방서 내에서 자체 심사위원회를 열어 사진을 분석하고 현장을 확인한다. 이 중 실제 피난에 장애를 줬다고 판단되는 경우 비파라치는 포상금 5만 원을 받고, 비파라치에게 찍힌 가정은 처음 적발 시 과태료 30만 원을 물어야 한다. 두 번 잇달아 적발되면 100만 원, 세 번째엔 200만 원을 물게 된다. 소방방재청 측은 어떤 물건이든 복도에 두면 비상시 출로를 막을 수 있어 원칙적으로 자전거나 유모차도 집 안에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말 이 제도를 입법예고한 후 각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비상구 신고포상제를 시행한 경기 지역은 한 달 만에 2993건의 신고가 접수했다. 지난달 말까지 경북은 1058건, 경남은 790건, 대구는 426건이 각각 접수됐다. 실제 포상금이 지급된 것은 총 6158건의 신고 중 1090건, 5450만 원이다. 심사 중이거나 신고를 취하한 2793건을 제외하면 지급률은 32%에 이른다.

현장에선 오락가락

하지만 각 지역마다 조금씩 시행 기준 및 지침이 다르다 보니, 일선 소방서 및 주민들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측은 조례를 제정하면서 비파라치 적용 범위를 축소시켰다며 아파트 복도에 짐을 내놓아 통행이 아예 힘든 정도가 아니라면 비파라치 포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소방서도 원칙적으로는 아파트 복도도 비상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비워둬야 하지만 비파라치 제도가 시행된 이후 민원이 크게 늘어서 자전거를 일렬로 세워두거나 유모차를 접어서 보관하는 경우 과태료를 물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 지역 한 소방서는 포상급 지급 예산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무작정 사진만 찍어 보내는 비파라치들이 너무 많고, 일일이 확인하느라 업무만 가중된 셈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직장인 노모 씨(31여)는 유모차 크기가 크고, 바퀴가 지저분해 집 안에 넣어두기가 쉽지 않다며 이웃들은 그 정도면 괜찮다는 분위기인데도, 행여나 사진 찍힐까 봐 매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육아카페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부 A 씨는 인터넷 육아 카페에 소방서에 전화로 확인해 보니 복도에 세워둔 유모차 사진이 찍히기만 해도 과태료가 30만 원 나온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부 B 씨는 통행에 지장이 없으면 유모차 등을 계속 복도에 보관해도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재명 김지현 jmpark@donga.com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