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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남시장 모라토리엄 쇼

Posted July. 14, 20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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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12일 판교특별회계 차용금에 대한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자 행정안전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결국 이 시장의 선언은 무효가 됐다. 지난 3년간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회계에서 5200억 원을 빌려 썼다. 1일 취임한 이 시장은 이대엽 전임 시장 때의 빚을 떠안기가 싫었겠지만 난데없는 지불유예 선언은 잘못이다. 특별회계라는 돈의 주인인 국토해양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먼저 협의를 했어야 옳았다.

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4월 기준으로 67.4%로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8위다. 부자 도시지만 3222억 원을 들여 호화청사를 짓고 공원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재정이 부실해졌다. 호화청사는 전임 시장의 잘못으로 꾸지람을 더 들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시장이 재정난을 이겨내려면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포기하고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각오를 먼저 보여줬어야 했다. 이 시장은 선거 때 시립병원 설립과 구시가지 공원조성 등 1조 원쯤 들어가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의 지불유예 선언은 공약사업을 벌여야 하니 빚은 나중에 받으라는 배짱 발언으로 들린다.

일부 국가는 지자체 파산제도를 두고 있다. 오랜 불황 탓에 4월 긴급재정위기를 선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는 운전면허시험국(DMV) 직원 수를 줄여 이곳을 찾는 주민은 길게 줄을 서야 한다. 파산 위기의 미국 도시들은 중국 부자 기업의 투자를 애타게 기다린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 시는 탄광도시에서 휴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잉투자를 했다가 2006년 파산했다. 공무원을 절반 이상 해고하고 각종 공공복지를 대폭 삭감한 뒤 눈물겨운 재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부도나기 전에 중앙정부가 세금으로 받쳐주는 구조다. 지자체들이 호화청사나 자기들끼리의 축제에 큰돈을 쓰고 나서 정부에 떠미는 일이 없도록 재정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성남시, 대전 동구, 부산 남구에서 보듯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의 무리한 사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처럼 재정난에 빠진 지자체의 회생 플랜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